[라동철 칼럼] 국민연금 개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국민일보

[라동철 칼럼] 국민연금 개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입력 2023-10-04 04:20

이대로면 적립기금 2055년 고갈
'더 내고 덜 받는' 개혁 시급

국회 연금특위 시한 연장에도
개혁 장기 표류 가능성 높아져

윤석열정부, 제대로 된 개혁안
국회에 제출하고 여야와 국민
설득해 개혁 공약 꼭 이행해야

국민연금 개혁은 한시가 급한데도 정치권의 발걸음은 굼뜨다. 여야가 이달 말 종료될 예정인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의 활동시한을 내년 5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주호영 연금특위 위원장이 “21대 국회 안에 반드시 연금개혁을 끝내겠다”고 했지만 국회의 움직임에서는 개혁에 대한 절박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지난해 7월 연금특위를 구성하면서 올해 4월까지 최종 개혁안을 내놓겠다고 공언하고도 지키지 못하자 활동시한을 6개월 연장했고 이후에도 허송세월하다 시한을 또 연장했기 때문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여야가 논의에 적극성을 보일 리 만무하고 총선 후엔 임기 종료(5월 말)가 코앞이라 더더욱 그렇다. 연금개혁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민연금 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것도 한시라도 빨리 해야 미래 세대와 국가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절박한 과제다. 저출생이 고착화되고 고령화와 보건·의료 여건 개선으로 수급자와 수급 기간이 늘어나는 흐름이라 국민연금 적립기금 고갈은 피할 수 없다. 지난 3월 발표된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적립기금은 2041년부터 지출이 수입보다 많은 수지 적자 상태에 빠진 후 2055년에 모두 소진될 전망이다. 합계출산율이 2025년부터 반등해 2030년 0.96명, 2046년 1.21명으로 높아진 뒤 안정화된다고 가정하는 등 낙관적 전망에 기초한 추계여서 실제 상황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개혁의 방향은 정해져 있다. 보험료율 인상 등을 통해 적립기금이 고갈되지 않거나 고갈 시점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지난달 1일 공청회에서 밑그림을 제시했다. 현재 9%인 보험료율을 12%나 15% 또는 18%까지 올리고, 2033년 65세가 되는 수급개시연령을 단계적으로 68세로 늦추며 향후 70년간 기금 운용 수익률을 기존(연평균 4.5%)보다 0.5% 포인트 혹은 1% 포인트 높이는 내용이다. 2093년까지 적립기금이 유지되는 걸 목표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고 한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정부는 이달 중 국회에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제출할 예정이다. 재정계산위가 제시한 방안이 정부 개혁안의 토대가 될 텐데 내용 못지않게 정부의 개혁 의지가 중요하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사되기 어렵다. 국민연금법은 5년마다 재정추계를 해 필요할 경우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전 정부들이 책임을 외면하는 바람에 개혁은 노무현정부 후반인 2007년 2차 개혁을 끝으로 멈춘 상태다. 이명박·박근혜정부는 미흡하나마 공무원연금이라도 개혁했지만 문재인정부는 연금 개혁에 손을 놓았다. 윤석열정부는 문재인정부의 실패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 제대로 된 개혁안을 제시하고 개혁에 소극적인 국회와 여론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도 ‘재정안정론’과 ‘소득보장강화론’이 맞서고 있는데 개혁의 최우선 목표는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어야 한다. 월연금 수령액을 연금 가입기간의 월평균 소득으로 나눈 값인 소득대체율(2028년 40%)을 높이려면 보험료를 재정계산위가 마련한 안보다 더 올리거나 부족분을 정부 재정(세금)으로 메워줘야 한다. 건강보험료도 오를 가능성이 높고 세금도 내야 하는 상황에서 연금 보험료 대폭 인상을 가입자들이 과연 수용할 수 있을까. 정부의 재정 투입은 결국 세금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 부담이 늘어나는 건 마찬가지다. 세금을 더 걷는 데는 소극적이면서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건 연금 혜택은 늘리면서 이를 뒷받침할 증세 부담은 미래 세대에 떠넘기는 것이다. 명목 소득대체율 상향에 집착하지 말고 고용 연장, 취약계층에 대한 보험료 지원 등을 통해 가입 기간을 늘림으로써 실제 연금액을 좌우하는 실질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게 노후소득 증대에 더 효율적이다.

국민연금은 평균적으로 보면 가입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수급액에 물가상승률이 반영되는 구조이고 거론되는 개혁안이 통과돼도 납입 보험료보다는 더 많은 금액을 연금으로 받는 구조다. 국민연금 개혁은 지속가능성과 세대 간 형평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윤석열정부가 대선 공약인 개혁 약속을 지키길 바란다. 문재인정부의 방치로 적립기금 고갈시기가 2년 앞당겨졌다. 더불어민주당도 개혁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라동철 논설위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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