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콘서트장·카페… 상상하며 들어간 교회서 일상을 즐기다

방주·콘서트장·카페… 상상하며 들어간 교회서 일상을 즐기다

[전병선 기자의 교회건축 기행]
<6> 인천 선린교회 비전센터

입력 2023-10-2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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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의 방주가 상상되는 인천 선린교회비전센터. 건물 정면의 비전센터 간판위, 옥상에 있는 직육면체가 빛을 담았다가 세상에 흘려 보내는 ‘빛통’이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교회 건축 기행의 이번 편은 지인이 보내준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됐다. 올해 봉헌한 비전센터라는데 연한 베이지색 톤의 단층 건물로 배의 머리, 선수를 닮았다. 선수 갑판보다 위로 돌출된 불워크(bulwark) 라인도 명확했고 1층 아래까지 이어진 벽면의 각도가 선박의 선수를 연상케 했다. 선수의 맨 아래 둥근 모양의 구상선수가 땅속에 묻혀 있을 것만 같았다.

불워크에 걸쳐진 십자가는 건물의 정체성을 대변하면서 푯대 역할을 했다. 이곳이 노아의 방주, 천국으로 향하는 교회 공동체를 알려주면서 지지대에 매달린 십자가는 이제 출발이 얼마 안 남은 것 같은 긴장감을 더했다.

또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선수 벽면에 뚫린 통행로다. 건물 벽면에 과감하면서 생뚱맞게 만들어진 이 통로는 실제 1층에서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는 길이지만 의미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했다. 이 건물이 노아의 방주를 콘셉트로 했다면 이 통로는 방주로 들어가는 문, 교회 공동체로 들어가는 문일 것이다.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건물을 설계한 건축사를 수소문해 지난 6일 김석대 정감건축사사무소 대표를 만났다.

주민을 교회로 안내하는 장치

20년전 2000석 규모로 건축된 빨간 벽돌의 구 성전과 비전센터 모습. 신석현 포토그래퍼

비전센터는 인천 선린교회(권구현 목사) 교육관이다. 대지 2383㎡(721평) 지하 2층 지상 1층의 아담한 건물이다. 지난 6월 봉헌했다. 보통 비전센터라고 하면 옛 성전을 두고 새 성전을 지으면서 이름을 붙이는데 이곳은 말 그대로 교육관이다. 대성전은 비전센터의 오른편 빨간 벽돌 마감 건물로 2000석 규모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고 올라오니 실내도 교육관 분위기다. 유치부, 아동부, 중고청 예배실이 전반적으로 밝고 경쾌했으며 색감이 발랄했다. 이날 동석한 권구현 목사는 “시니어 분위기로 만들었으면 다음세대가 싫어했을 텐데 다음세대 분위기로 만들었더니 다음세대도 시니어도 좋아한다”고 자랑했다.

사진에는 없었는데 센터 중앙엔 카페가 들어섰다. 건물 전체가 카페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카페 앞에 넓은 광장이 있어 이곳에 파라솔 몇 개 설치하면 전형적인 카페 광경이다.

비전센터 내부의 복도. 알록달록한 색상으로 아이들의 관심을 끈다. 우측이 커피숍. 사닥다리종합건설 제공

카페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주민을 교회로 안내하는 장치다. 그렇다면 성공적이다. 카페에 있다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 문을 나서면 그곳이 선린교회비전센터 복도다. 한쪽 벽면엔 아이들이 관심 가질 만한 그림을 붙였다. 귀여운 사자와 원숭이들이 벽화 속에서 놀고 있다. 복도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잡으러 가다 보면 어느새 예배 공간, 소그룹 공간 등 비전센터의 깊숙한 곳에 닿는다.

아무나 막 들어오는 공간

건축사에게 건물의 기본 콘셉트를 물었다. 그는 “본래 신앙적인 요소들을 잘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며 “노아의 방주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보는 이들이 상상의 나래를 펴고 건물에 관심을 두게 하려는 것이 설계의 의도”라고 말했다. 김 건축사는 빛을 담아두는 ‘빛통’으로 유명하다. 그가 설계하는 건물의 상당 부분에 조명을 설치해 은은한 빛을 내도록 한다. 비전센터의 건물 옥상에 반투명 카보나이트로 만들어진 직육면체가 빛통이다. 하늘의 빛이 내려와 교회에 담기고 그 빛이 세상에 흘러가게 하겠다는 취지다.

설계는 공모를 통해 진행됐다. 교회는 가정, 다음세대, 선한 이웃, 선교 등 4가지 요소를 반영해 달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개방감, 친숙함, 현대적, 젊은 감성 등을 키워드로 제시하면서 세상과 단절이 아니라 함께한다는 느낌, 록 콘서트장 같은 공간, 만남의 장소를 요구했다. 권 목사는 건물만으로 복음을, 교회 이야기를 전할 수 있길 바랐다며 이를 위해 먼저 사람이 많이 오갈 수 있는 공간이길 원했다고 했다.

교회는 국내외 여러 교회도 탐방했다. 특히 미국을 다녀왔는데 새들백교회에서 인사이트(통찰)를 얻었다. 권 목사의 말이다.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이 교회 바닥이에요. 교회가 일상적인 공간이란 이미지를 주려고 바닥에 커피 엎지른 것 같은 무늬를 넣었더라고요. 노스포인트교회, 매리너스 교회에 가보니까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었어요. 색감부터 달랐어요.”

비전센터가 건축된 후 아무나 막 들어온단다. 커피 사러 온 이들은 물론 지나가다 화장실이 급해 들어오고 들어와 보니 예쁜 공간이고 처음엔 교회인 줄 몰랐다고 한다.

비전센터를 앞에서 본 모습. 입구를 중심으로 양측 면과 광장의 바닥이 펼쳐져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사람들이 이곳에 발을 딛는 데는 외관이 주는 효과도 있다. 비전센터는 출입구를 중심으로 벽면이 넓은 날개처럼 펼쳐져 있다. 그 앞은 비슷한 색의 보도블럭이 깔려 있다. 사람들의 시선과 동선을 가운데로 집중시킨다. 이 정도 넓이의 광장이라면 주차장으로 사용하겠지만 실용성을 포기하고 공터로 남겼다.

질적 변화, 영적 변화

새 건물로 인해 새 신자가 늘었을까. 유모차 숫자는 확실히 늘었다고 했다. 30~40대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권 목사는 “극적이진 않지만 전 세대가 늘고 있다”며 “있던 공간을 되는대로 다음세대를 위해 쓰자던 시니어들 반응도 너무 좋다”고 전했다.

교회는 건축을 계기로 양적보다 질적으로 큰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먼저 담임 목사의 변화다. 권 목사는 건축 즈음 우리들교회 김양재 목사의 ‘목욕탕 세미나’에서 깊은 회심을 경험했다. 목욕탕 세미나의 특징 중 하나가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것인데, 처음엔 어떻게 저런 얘기까지 할 수 있을까 충격을 받았다. 그러면서 자기 안의 어마어마한 죄가 보였고 성령의 감동을 받아 그 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죄들을 고백하게 됐다.

“아내가 맨날 죽겠다, 이혼하고 싶다 그랬거든요. 그전에는 겉으로만 겸손해지려 했던 거 같아요. 지금은 겉과 속이 같아지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이런 변화가 교회 성도 전반에 나타나고 있어요.”

내면의 변화 없이 건물만 새로 지었다면 많은 분이 왔다 그냥 갔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새로 온 이들에게도 성도들의 삶을 그대로 오픈하니까 ‘교회에서 연극 안 해 좋다, 괜찮은 척 안 해 좋다’며 교회에 등록하고 정착한다고 했다. 권 목사는 “정착률이 95% 정도 될 것”이라면서 “비전센터 건축과 더불어 하나님의 놀라운 성취”라고 말했다.

비전센터를 설계한 김석대 정감건축사사무소 대표와 권구현 목사, 시공한 나성민 사닥다리종합건설 대표가 포즈를 취했다(왼쪽부터). 신석현 포토그래퍼

인터뷰엔 시공을 맡은 나성민 사닥다리종합건설 대표가 함께했다. 그는 “교회의 영적 변화를 들으니 시공사 대표로 큰 보람을 느낀다”고 감사를 표했다.


인천=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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