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의 인사이트] 비행기 목사와 생계형 국회의원

국민일보

[이명희의 인사이트] 비행기 목사와 생계형 국회의원

입력 2023-11-07 04:03

국민 위한 대의정치가 아니라
돈벌이와 특혜 지키려 힘쓰는 우리나라 국회의원들

예수를 이용해서 돈벌이하는 목회자도 있어…
교회 신뢰도 추락은 ‘가짜’ 목사들 때문

120만원 내면 반년 만에 목사 안수 주는 곳도…
교단·무인가신학교 정리하고 본질 회복해야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2대 총선을 앞두고 당에 제안한 혁신 전략들이 눈길을 끈다.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은 불출마하거나 험지인 수도권에 출마하라고 했다. 국회의원 숫자 10% 감축, 불체포특권 전면 포기 당헌당규 명문화, 국회의원 세비 삭감,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 공천 원천 배제 등 4개 안건을 2호 혁신안으로 내놨다. 국회의원이 구속 수사를 받게 되면 세비를 전면 박탈하고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원회에 불출석할 경우에도 세비를 삭감하도록 요구했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31위 수준인데 국회의원 세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3위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권은 무려 180여개에 달한다. 그러니 폴리페서와 폴리널리스트가 넘쳐나고 너도나도 금배지를 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일 터다.

일부 제안은 과거에도 나왔지만 말뿐이었다. 국회의원 배지를 달거나 선거에 승리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말을 뒤집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일말의 기대를 갖게 되는 것은 인 위원장이 추진하고 있어서다. 그는 지난해 1월 한국교회봉사단 ‘나눔과 섬김의 비전 선포예배’에서 나이 지긋한 목회자들을 앞에 두고 “한국 목사님들이 야고보서를 봤으면 좋겠다. 예수님은 나무 십자가에 못 박히기까지 하셨는데 더 낮은 곳으로 좀 더 내려가 소외된 이들을 돌보면 좋겠다”고 쓴소리를 했다.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의 대부인 장기표씨가 이끄는 특권폐지운동본부는 지난 4월 출범식에 이어 매주 목요일 국회 정문 앞에서 국회의원들의 특권을 폐지하자며 ‘집회’를 열고 있다. 정치가 바로 서려면 정치하는 사람의 특권이 사라져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국회의원들이 임기 4년 내내 자신의 특권을 지키기 위해서만 힘을 쓰고 있으니 특권을 폐지하자는 것이다.

기독교계에도 돈벌이를 위해 예수를 이용하는 ‘사’자 목사들이 있다. 한국에서 생업에 종사하다 미국으로 넘어가 한인교회 목사가 되기도 한다. 태평양을 건너는 비행기 안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비행기에서 내릴 때쯤 목사가 돼 있다고 해서 ‘태평양 안수’ ‘에어플레인 목사’로 불리기도 한다. 수십년 전 지방 교회의 40대 초반 장로님은 안정적인 대학 교수직을 갑자기 그만두고 하나님의 소명을 받았다며 개척교회 목회자의 길로 들어섰다. 국내 최대 항공사에 취직했던 대학 친구는 20대에 병을 얻어 죽을 고비를 넘기고 치유된 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겠다며 오지의 선교사로 떠났다. 신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다가 세상에서 병들고 깨져서 결국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가는 목회자도 많이 봤다.

한국교회의 70~80%가 미자립교회다. 대부분의 목회자는 생계도 유지하기 어려워 퀵배달이나 아르바이트 등 이중직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하나님의 나라 확장과 복음 전파’를 위해 목사가 되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더러 있는 것 같다. 어제까지 세상에서 탐욕을 좇던 이들이 사명감이나 소명의식도 없이 갑자기 목사가 되겠다고 나서는 것을 보면 참 낯설다.

국민일보가 지난달 31일 506주년 종교개혁일을 맞아 취재한 무인가 신학교 실태를 보면 120만원만 내면 6개월 만에 ‘붕어빵’ 찍듯 목사를 양산하는 곳도 있었다. 무인가 신학교가 범람하는 건 교단 분열과 무관하지 않다. 광복 후 이어진 교단의 무한분열은 수백개 교단과 산하 무인가 신학교 난립으로 이어졌다. 예장으로 시작하는 교단만 300개가 넘고 이 중 200여개는 이름만 있을 뿐이라고 한다. 교단 및 무인가 신학교 난립과 자질이 떨어지는 목회자 양산이 결국 한국교회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마르틴 루터는 독일 비텐베르크대학교회 정문에 당시 로마 가톨릭교회에 대항하는 95개 조항의 반박문을 붙였다. 면죄부를 팔면서 돈이 헌금함에 땡그랑 떨어지는 순간 연옥에서 천국으로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성직을 매매하는 가톨릭교회를 비판했다. 그가 목숨 걸고 지키고자 한 것은 본질의 회복이다. 본질의 시작은 로마서 1장 17절의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살리라”는 이신칭의다. 이신칭의 회복을 위해 그는 ‘오직 성경’ ‘오직 믿음’ ‘오직 그리스도’ ‘오직 은혜’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주장했다. 506년 전 마르틴 루터가 목숨 걸고 지키고자 한 것을 오늘날 우리가 실천하고 있는지 곱씹어볼 일이다.

이명희 종교국장 mheel@kmib.co.kr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