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석운 칼럼] 김포의 서울 편입은 양날의 칼이다

국민일보

[전석운 칼럼] 김포의 서울 편입은 양날의 칼이다

입력 2023-11-08 04:20

메가 서울 편입 기대감 확산
수도권 표심 흔들 대형 이슈
강서 패배로 수세 김기현 대표
당론 채택 승부수 던져

집값, 학군, 교통 개선 열망
유권자 심리 자극에는 성공
선거 승리로 이어질지는 의문

지역 이해관계 조정 못 하거나
삶의질 개선 기대 충족 못하면
기회가 위기로 바뀔 수도

김포의 서울 편입은 내년 총선 판도를 바꿀 수도 있는 핫 이슈다. 수도권 표심에 미치는 파장이 작지 않을 것이다. 서울 편입 가능성만으로도 김포 지역 부동산 시장은 들썩이고 있다. ‘서울시 김포구’가 현실이 되면 김포 주민들의 자녀는 서울 지역 자사고 진학도 가능하다. 여당인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김포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서울 편입 가능성까지 열어 두자 구리, 광명, 고양, 하남, 부천 등에서도 같은 요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들을 모두 수용하면 지금의 서울은 60여년 만에 몸집을 대거 키우게 된다. 메가 서울에 반발하는 비수도권의 표심도 무시할 수 없다. 내년 총선은 김포의 서울 편입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여론의 추이에 따라 출렁일 가능성이 커졌다.

김포의 서울 편입이 김 대표의 구상대로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당내에서는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이 먼저라는 이준석 전 대표부터 서울 외곽 지역의 인프라 확대가 선행돼야 한다는 김재섭 서울도봉갑당협위원장까지 젊은 정치인들이 반기를 들었다. 단체장들의 반발도 거세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현실 가능성 없는 정치쇼”라고 일갈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철우 경북지사와 김태흠 충남지사는 각각 ‘지방 메가시티가 우선’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일반 여론도 반대가 우세하다. 리얼미터가 지난 1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반대가 전국적으로 58.6%로 찬성(31.6%)보다 27.0% 포인트 높았다. 수도권 여론은 더 비우호적이다. 서울은 반대가 60.6%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고, 인천·경기의 반대는 65.8%에 달했다.

물론 여론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려면 김포의 서울 편입으로 김포 시민은 물론 서울 시민들의 삶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김포가 아닌 다른 지역들까지 서울로 편입하면서 비수도권의 상대적 박탈감을 달래는 묘안을 낸다면 대형 호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여론을 극복할만한 콘텐츠를 내놓지 못한다면 김포의 서울 편입 추진은 오히려 국민의힘의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김포의 서울 편입은 단순한 행정구역 개편이 아니다. 반세기 이상 묶였던 서울의 지리적 빗장을 여는 것이다. 지금의 서울 경계가 확정된 건 1962년이다. 이후 서울의 인구는 한국의 고도성장과 함께 크게 늘어나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1000만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서울은 포화 상태에 도달했다. 서울의 도시기본계획인 ‘서울2040’에 따르면 개발 가능한 땅은 거의 사라졌다. 롯데타워 같은 초고층 건물이 들어섰지만 시내 건축물 중 절반은 30년 이상 된 노령 건물들이어서 주거 만족도는 떨어지고 있다. 치솟는 집값을 감당 못한 젊은 직장인들은 경기도로 빠져나가면서 서울의 인구는 점점 줄고 있다. 반면 경기도 인구는 빠르게 늘면서 1400만명을 돌파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살지만 서울 인구는 940만명까지 떨어졌다.

경기도에서 인구 증가 속도가 유난히 빠른 도시가 김포다. 최근 10년 사이에 인구가 2배 이상 폭증하면서 50만명을 넘어섰다. 서해와 임진강을 만나는 한강 하류에 위치한 김포와 서울의 결합은 상생의 여지가 있다. 김포의 땅은 서울 면적의 절반에 육박하지만 인구는 아직 서울의 5% 수준이다.

그러나 왜 김포가 서울 편입 1호가 돼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서울로 통근하는 주민들이 많고 생활권이 서울이라는 이유로 편입돼야 한다면 고양이나 하남, 광명, 과천 등이 먼저 배려돼야 한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통근하는 김포 주민의 숫자와 비율은 10~11위 수준이다. 김포가 경기도가 추진하는 경기북도에서 섬처럼 고립된다면 이를 극복하는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 지금 시급한 건 지하철 5호선 연장이다. 직선 노선을 주장하는 김포시장과 검단신도시를 거쳐가는 노선이어야 한다는 인천시장이 충돌하면서 최종 노선 확정이 미뤄지고 있다. 김 대표는 같은 국민의힘 소속인 두 시장의 타협을 끌어내는 리더십부터 발휘해야 할 것이다.

김 대표가 던진 어젠다는 국토대개혁으로 발전할 수도 있는 메가톤급이다. 하지만 아직은 당내 지지를 하나로 모으지도 못할 만큼 콘텐츠가 부실해 보인다. 김 대표와 여권이 이 어젠다를 어떻게 보완하면서 끌고갈지 지켜보겠다.

전석운 논설위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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