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로로 그리시오’인데 세로로 그려 합격… 서울예고 입시 논란

국민일보

[단독] ‘가로로 그리시오’인데 세로로 그려 합격… 서울예고 입시 논란

제시문 무시 다수 합격 공정성 뒷말
불합격 학부모 중심 교육청 등 민원
학교 측 “사실은 인정… 문제 없어”

입력 2023-11-16 00:03 수정 2023-11-16 16:40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2024학년도 서울예고 미술과 실기 평가에서 ‘화지 방향을 가로로 하라’는 제시문을 무시하고 세로로 그린 입시생들이 다수 합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불합격생 학부모 중심으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서울시교육청과 국가인권위원회에 관련 민원도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예고는 지난달 27일 미술과 실기 합격자를 발표했다. 명단엔 ‘가로로 그리시오’라는 조건을 어기고 세로로 그린 입시생들이 포함됐다.

미술 입시학원 등에서 복기한 서울예고 입시 문제를 살펴보면 ‘서울예고를 상징하는 입체물을 제시하라’는 소묘 실기 문제에 ‘화지 방향 가로’라는 지시어가 포함됐다. 그러나 이를 어기고 화지 방향을 세로로 하고 그린 입시생들도 합격한 것이다.

해당 논란은 한 예중 예고 입시 전문학원이 서울예고 합격생의 소묘 재현작을 학원 SNS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해당 게시물에는 ‘소묘에서 가로 그리기가 원칙이었으나, 세로로 그렸다고 한다. 혹여나 불합(격)이 될까 봐 마음 졸였는데 다행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쓰여 있다.

입시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한 측은 화지 방향이 문제를 표현하는 데 큰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원칙을 어겼으니 실격 처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입학하기 어려운 학교인 만큼 더 공정성에 신경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한 중학교 미술 교사는 “그림 주제 자체가 세로로 그리면 더 효과적인 주제였다. 가로로 그리라는 기준을 지킨 입시생들이 떨어졌다면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세로로 그린 학생들이 우선 채점 대상자에서 제외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한 예고 출신 예술가는 “대입이었으면 난리 났을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미대 교수도 “공정성에 대한 조건을 어겼다. 30년 넘게 입시 현장을 지켜본 입장으로써 이런 일은 처음 듣는다”며 “연필로 그리라고 했는데, 수채화로 그린 걸 뽑은 격”이라고 꼬집었다.

이화예술학원 산하 사립인 서울예고는 예술계 엘리트 코스로 꼽힌다. 전기고라는 특성상 입시생들은 다른 곳을 포기하고 이곳에 지원하는데, 같은 사학재단 소속 예원학교 출신이 입학생의 70%를 차지한다. 미술과 신입생 정원은 138명으로 경쟁률은 통상 2대 1 정도다.

불합격한 응시생의 학부모와 다른 입시학원들은 입시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며 관계기관에 민원을 제기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관련 사안으로 이날까지 접수된 민원은 총 3건이다. 국가권익위에도 같은 내용으로 1건의 민원이 접수됐다고 한다.

서울예고 측은 세로로 그린 응시생들이 합격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문제 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세부적인 채점 기준은 대외비라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도 “서울예고 내부 채점표 등을 살펴봤지만, 채점 기준에 화지 방향에 대한 점수가 따로 있었다. 해당 고등학교 평가 방식에 대해 관여할 권한은 교육청에 없다”고 말했다.

김용현 정신영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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