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산망 마비 사태, 매뉴얼 만들고도 안 지킨 정부

국민일보

[사설] 전산망 마비 사태, 매뉴얼 만들고도 안 지킨 정부

입력 2023-11-21 04:03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가정보시스템 서비스 장애 발생 다음날인 지난 18일 전산망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을 방문해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사흘간 마비됐던 정부 행정전산망이 20일 정상화됐지만 이번 전산망 먹통 사태에서 우리 정부의 총체적 무능이 또 다시 드러났다. 정부는 전산망을 정상화하는 데 사흘이나 걸렸고 정확한 원인과 해결책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디지털정부 서비스 운영과 서비스 업데이트, 과부하 방지대책 등 종합 매뉴얼을 만들어놓고도 지키지 않았다. 전산시스템 구축 및 유지 보수도 너무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태도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이 빚은 인재(人災)인 셈이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지난 8월 행정안전부 지시로 ‘디지털 정부서비스 설계·구축·운영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했다. 여기에는 서비스 규격과 운영방식 설계, 서비스 개선 시 유의 사항, 모니터링, 과부하시 대응 요령 등이 담겨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 정부는 평일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했다가 사태를 초래했다. 또 사고 원인조차 못찾는 것은 애초 모니터링을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재난문자를 보내지 않은 이유로 “전산망 중단은 재난요건에 맞지 않다”고 하는데 군색한 변명이다. 매뉴얼에는 대처요령이 나열돼 있다.

정부가 국가 전산망을 가볍게 보면 대형 사고는 반복된다. 전문가들은 소프트웨어 유지 보수에 대한 정부의 허술한 인식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예산을 핑계로 노후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하고, 새로운 소프트웨어도 먼저 구동하고 문제가 생기면 땜질식 보완을 한다는 하소연까지 나온다. 문제가 발생한 새올 시스템은 2007년 도입돼 노후화 우려가 크고, 지난 6월 4세대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 먹통 사태는 교육부가 개통 연기 요청을 묵살했다가 초래한 사고다. 아울러 중소기업 기술만으로 감당이 어렵다면 대기업의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참여 허용도 검토해볼 만하다. 세계 각국은 우리 디지털플랫폼을 배우러 오는데 우리가 자꾸 민망한 사고를 치면 되겠나.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