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RA ‘FEOC 세부지침’ 발표 임박… 한·중 합작법인 초긴장

국민일보

美, IRA ‘FEOC 세부지침’ 발표 임박… 한·중 합작법인 초긴장

금지 땐 수조 규모 사업 물거품 위기
美내부서도 의견 팽팽… 절충안 전망

입력 2023-11-21 04:03

미국 정부가 중국·이란 등을 규제하는 ‘해외 우려 집단(FEOC)’ 세부지침의 연내 발표를 앞두면서 이차전지 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만약 미국이 FEOC 세부지침을 통해 한국과 중국 기업의 ‘배터리 합작법인’을 금지한다면, 수조원 규모로 추진되던 합작 사업들이 전면 재검토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기업들은 리튬·니켈 등 배터리 핵심 광물의 약 90%를 차지하는 중국 기업과 합작 생산법인 설립을 추진해 왔다. 원활한 원료 수급이 절실한 한국 기업과 미국의 공급망 규제를 우회하려는 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20일 “미국이 FEOC 세부지침에서 중국과의 합작법인을 어디까지 규제할지 지켜보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3월 말 전기차·배터리 산업의 ‘탈(脫)중국 공급망’ 구축을 뼈대로 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발표했다. IRA엔 2025년부터 FEOC 국가에서 조달한 핵심 광물을 배터리에 사용할 경우 세액공제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중국·러시아·북한·이란 등을 FEOC로 규정했다. 다만 모든 중국 기업까지 FEOC에 해당하는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세부지침을 추가로 내놓겠다고 했다.


그 사이 IRA를 우회하려는 중국은 국내 기업과 잇달아 손을 잡았다. 올해만 9건의 한·중 합작법인 계획이 쏟아졌다. LG화학은 화유코발트와 1조2000억원을, SK온과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중국 거린메이(GEM)와 손잡고 1조2100억원을 들여 전북 새만금산업단지에 전구체 공장 설립 계획을 내놨다.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도 중국 CNGR 등과 경북 포항에 1조5000억원을 들여 니켈·전구체 생산 계획을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배터리 시장의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을 전면 퇴출하는 선택은 하지 못할 것으로 봤다”고 합작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미국 내부에서도 탈중국 규제를 둘러싼 목소리는 엇갈리고 있다. 미국 민주당 소속 조 맨친 상원의원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한국 등과 활발하게 합작을 모색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날을 세웠다. 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지난 15일 “중국과 디커플링(공급망 분리)을 시도하고 있지 않다. 우리가 시도하는 건 관계를 더 좋게 바꾸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미국 FEOC 지침에 ‘배터리 합작법인’의 중국 지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수준의 ‘절충안’이 담길 것으로 기대한다. 중국의 실질적 지배만 막는 선에서 광물 조달 창구를 일부 열어둘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다음 달부터 흑연 수출을 통제하겠다며 ‘실력 행사’ 엄포에 나선 상황”이라며 “미국도 자국이 입을 경제적 타격을 고려해 현실적인 선택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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