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가격 천차만별… 같은 제품인데 병원따라 몇십만원 차이

국민일보

백신 가격 천차만별… 같은 제품인데 병원따라 몇십만원 차이

대상포진 예방접종 8만~30만원 등
비급여로 병원이 자체적으로 정해
일일이 비교 어려워 사실상 복불복

입력 2023-11-21 04:04
코로나19 백신 접종 모습.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에 사는 박모(23)씨는 최근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가다실9’를 접종하기 위해 집 근처 산부인과를 방문했다. 박씨는 친구들이 약 50만원을 내고 백신을 맞았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이곳에서는 80만원 이상의 비용을 안내했다. 박씨는 저렴한 병원을 찾기 위해 수소문한 끝에 집에서 40분 거리에 있는 병원에서 접종했다. 박씨는 “병원이 집이랑 멀어서 번거롭긴 하지만 40만원을 아낀다고 생각하면 멀리 가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똑같은 성분의 백신인데 병원별로 가격이 몇십만 원씩 차이 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2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비급여 백신 가격이 의료기관별로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별 ‘가다실9’ 가격을 비교해보니 서울 중구에 있는 한 의원은 가다실9 1회 접종 비용이 16만5000원이었다. 반면 노원구에 있는 한 의원은 1회 접종 비용이 27만원으로 10만원 이상 차이가 났다. 가다실9는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HPV에 감염되지 않도록 돕는 백신이지만, 의원마다 가격은 제각각인 셈이다.

HPV뿐만 아니라 다른 비급여 백신 또한 병원별로 가격 차가 크다. 독감 예방접종의 경우 3만~5만원대로 가격이 다양하고, 대상포진 백신은 올해 8월 기준 최저 8만원에서 최대 30만원까지 가격이 형성돼 있다. 장티푸스 백신인 지로티프-주의 경우에는 1만~7만원으로 가격 스펙트럼이 더 넓었다.

가격 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비급여 항목 예방접종의 경우 의료행위 비용을 의료기관이 자체적으로 산정하기 때문이다. 또 의료기관이 백신을 제조사로부터 사들이는 가격이 제각각인 점도 작용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온라인에서는 ‘가다실 저렴하게 맞는 곳 찾기’ ‘동네 독감 백신 가장 저렴한 병원’ 등을 묻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현재 비급여 항목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곤 있지만,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의료 비용 지출도 커지는 셈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쉽게 접근하고 이해하기 편하게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의료법에 근거해 의료기관별 비급여 진료비용을 조사·분석한 결과를 모바일 앱 ‘건강e음’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과거엔 표본을 대상으로 했지만, 올해부터는 모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다. 다만 비급여 전체 항목을 공개하지 않는 데다 조사 직전 가격을 낮추는 ‘꼼수’가 있는 경우 이를 걸러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복지부는 올해 594개인 비급여 공개 항목을 내년 1017개(비급여 진료비 규모의 90% 수준)까지 확대해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소비자들이 병원별 가격을 일일이 비교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어 정보의 격차로 인해 손해를 볼 수 있다”며 “소비자가 가격을 쉽게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비급여 항목들을 줄여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민주 기자 lal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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