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아웃사이더’ 밀레이, 좌파 누르고 아르헨 대선 승리

국민일보

‘극우 아웃사이더’ 밀레이, 좌파 누르고 아르헨 대선 승리

경제난에 분노한 민심의 항의 투표
극단적 언행·공약 ‘아르헨의 트럼프’
트럼프도 “당신이 자랑스럽다” 축하

입력 2023-11-21 04:03
하비에르 밀레이 당선인이 1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대선 승리가 확정된 직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선거 캠프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왼쪽은 러닝메이트인 빅토리아 비야루엘 부통령 당선인, 밀레이 당선인 오른쪽은 연인 파티마 플로렌스, 맨 오른쪽은 여동생이자 선거 캠페인 매니저인 카리나 밀레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살인적인 경제난을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에서 극우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53) 의원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경제적 재앙과 기성 정치권의 무능에 분노한 민심이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리는 비주류 정치 신인을 새 지도자로 택했다.

1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대선 결선투표에서 99.28% 개표 기준으로 자유전진당 밀레이 후보가 55.69%를 득표해 44.30%를 얻은 좌파 집권당 후보 세르히오 마사(51) 경제장관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이는 1983년 아르헨티나 민주화 이후 대선 후보가 얻은 가장 높은 득표율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밀레이 당선인은 다음 달 10일부터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다.

밀레이 당선인은 이날 밤 지지자들에게 “오늘 아르헨티나의 재건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일자리 부족, 빈곤 등 엄청난 문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면서 “상황은 매우 심각하며 점진주의나 미온적 조치를 취할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경제학자 출신인 밀레이는 2021년 하원의원이 된 정치 신인으로 아르헨티나 정계에선 ‘아웃사이더’로 평가된다. 그는 정제되지 않은 극단적 언행과 공약, 전기톱을 휘두르는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이목을 끌며 선거판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밀레이는 지난 8월 13일 예비선거(PASO·파소)에서 30.04%의 득표율로 깜짝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대선 본선 투표에서는 마사 후보가 36.78%의 득표율로 1위에 올랐고, 밀레이는 29.00%를 득표하며 2위로 밀려났다. 이후 본선 투표 3위였던 중도우파 연합의 파트리시아 불리치(67) 후보가 밀레이를 지지하며 힘을 보탰다.

외신들은 밀레이의 돌풍이 1940년대부터 페론주의(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을 계승한 좌파 포퓰리즘)와 보수 우파로 크게 양분돼온 기성 정치 구도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분노에 기인한다고 보도했다. 경제위기를 불러온 페론주의 정권과 마사 후보에 대한 분노로 ‘차악’인 밀레이를 선택한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현지 정치 컨설팅회사 시놉시스의 루카스 로메로 대표는 “밀레이의 특성보다는 변화에 대한 요구가 더 큰 영향을 미친 승리”라며 “대다수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피로감이 반영된 항의 투표 성격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연간 인플레이션이 142%에 달하고 빈곤율이 40% 넘는 경제적 재앙 속에 밀레이의 파격적인 공약이 유권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밀레이는 중앙은행 폐쇄, 페소화 폐기와 달러화 도입, 정부 지출 대폭 삭감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밀레이의 당선으로 중남미의 좌파 집권 물결에도 제동이 걸렸다. 2019년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집권한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2020년대 들어 볼리비아, 페루, 온두라스, 칠레, 콜롬비아, 브라질에 좌파 정권이 들어섰다. 그러나 지난 8월 파라과이에서 우파 성향의 산티아고 페냐 대통령 당선에 이어 밀레이의 집권으로 ‘핑크타이드’(중남미에 좌파 정권이 다수 들어서는 현상) 기세가 꺾이게 됐다.

‘아르헨티나의 트럼프’ 당선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포럼에서 “당신이 매우 자랑스럽다. 당신은 아르헨티나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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