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수주 IT업체 “노후장비 신속 교체 안돼 걱정 컸다”

국민일보

사업 수주 IT업체 “노후장비 신속 교체 안돼 걱정 컸다”

오작동 L4 장비 수십대… 재발 우려
행안부는 먹통 원인도 못 밝혀내
업체, 예산에 쫓겨 ‘땜질 처방’만

입력 2023-11-21 04:06
사진=연합뉴스

멈춰섰던 정부 행정전산망의 인프라 운영 과정에서 장비 노후화에 대한 민간기업의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전산망 장애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정부의 공공 소프트웨어 운영 방식이 바뀌지 않을 경우 전산망 ‘먹통’ 사태는 재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L4 스위치 장비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자원)에서 수십대 이상 사용되고 있어 또다시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자원 사업을 수주했던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20일 “사태 발생 전에 정부의 노후화된 전산망 장비가 신속하게 교체되지 않아 걱정이 컸다”면서 “통상 장비를 제때 교체하면 시스템 오류는 줄어든다”고 말했다. 행안부 산하 국자원은 장애를 일으켰던 지방자치단체 행정전산망 ‘새올’과 정부의 온라인 민원 서비스 ‘정부24’의 네트워크와 서버 등을 관리하고 있다.

이들 행정전산망에 기능이 추가되거나 사용자가 많아지는 상황에 대응해 최신 장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전산망 먹통이 장비 노후화 때문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철저한 원인 점검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예산이 충분치 않은 데 있다는 진단도 있다. 보통 공공 소프트웨어 예산은 ‘기능점수’(FP·소프트웨어의 규모를 측정 및 예측해 산출한 점수)와 투입 인력 기준으로 편성된다. 그런데 실제 소프트웨어를 개발·운영하는 과정에서 FP가 예상치보다 많게는 수배까지 뛰면서 예산보다 더 많은 운영 비용이 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신 장비 교체 역시 결국 예산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한 IT서비스 대기업 관계자는 “예산 부족은 공공 서비스를 포함해 IT서비스 업계 전반이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안고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예산 책정은 소프트웨어 ‘설계 확정’ 단계를 사실상 거치지 않는 데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있다. 한 중소 IT서비스 업체 대표는 “아파트 건축에 비유하면 설계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시공에 들어가는 것”이라며 “소프트웨어도 설계 확정안 기준으로 예산을 정하고 개발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철저한 설계 검증 없이 소프트웨어를 개발·운영하면 설계를 변경할 수밖에 없고, 업체는 시간과 예산에 쫓겨 ‘땜질’하듯 문제를 고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이음) 오류 때도 소프트웨어 사업 설계를 마친 뒤 업체의 업무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행안부는 여전히 이번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를 가져온 L4 스위치 오작동에 대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동일한 제품(L4 스위치) 수십대를 쓰고 있는 상황에서 이 장비만의 우연한 고장인 건지 아니면 장비 내부에 문제가 있는지를 정밀하게 분석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형중 호서대 디지털금융경영학과 석좌교수는 “전산망에 (장애를 일으킨 것과) 비슷한 장비를 쓰고 있으면 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민아 김이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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