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예수의 비유] <36> 보잘것없는 종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시로 읽는 예수의 비유] <36> 보잘것없는 종

입력 2023-11-21 03:05
  • 미션라이프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주인을 받드는 종.

너희에게 누가 종이 있느냐
너희에게 밭을 가는 종이든지
너희에게 양을 치는 종이든지
그런 종을 곁에 두고 있느냐

어서 와서 식탁에 앉아 먹어라
너희는 그 종이 일을 마치고
들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이렇게 알뜰하게 챙겨주겠느냐

주인은 도리어 그 종에게 명한다
띠를 매고 내게 시중을 들어라
내 식사가 끝난 후에야
너도 먹고 마셔라 하지 않겠느냐

시키는 일 했다고 종이 주인을 고마워할까
너희도 명령받은 걸 행한 후 말하여라
나는 참으로 보잘것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마땅히 했을 뿐입니다

누가복음에만 소개된 비유다.(눅 17:7~10) 이 비유를 살필 때 현대의 주인과 종업원의 관계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늘날처럼 직업의 귀천 없이 모두가 동등한 인격을 지닌 사람들 사이의 평등한 관계를 생각해서도 안 된다.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 종이 한낱 주인의 재산으로 취급받던 고대 사회의 ‘주인과 종’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살펴야 한다. 여기서 강조할 것은 종에 대한 주인의 행동이 아니라 주인에 대한 종의 자세다. 종은 칭찬이나 보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종의 신분에 맞게 마땅히 할 일을 하는 자다. 이를 통해 예수님은 우리의 영적 교만을 경계하셨다. 주님의 종인 우리는 주님께서 명하신 바를 다 수행했다고 해서 마땅한 칭찬과 보상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이 비유에서처럼 ‘나는 다만 보잘것없는 종입니다’라는 겸허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

김영진 시인

갓플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