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통위원장 탄핵보다 예산안·민생법안 처리가 우선이다

[사설] 방통위원장 탄핵보다 예산안·민생법안 처리가 우선이다

30일 본회의 때 ‘이동관 탄핵안’
처리 놓고 여야 또 대치…예산안
법정 처리시한 코앞인데 정쟁 안돼

입력 2023-11-27 04:02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때아닌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둘러싼 여야 대치 때문에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예산국회를 시작할 땐 여야 다 올해만큼은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12월 2일)을 지키겠다더니 역시나 약속을 어길 태세다. 국회는 오는 30일과 내달 1일 본회의를 소집한 상태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양일에 걸쳐 이동관 방통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을 처리하겠다고 하자 국민의힘이 예산안 합의 처리를 위한 본회의라며 예산안 합의 없이는 응해줄 수 없다는 방침이다. 반면 민주당은 본회의가 이미 오래전 잡힌 일정이지 예산안 합의와 연계된 건 아니라고 주장한다.

누구 말이 맞는지는 더 따져봐야겠지만 상식적으로 봤을 때 예산안 법정시한 직전에 잡아놓은 본회의라면 응당 예산안 처리와 관련된 회의라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게다가 2일이 토요일이라 그 전에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잡아놓았을 개연성이 높다. 설사 예산안 합의와 연계된 게 아니더라도 법정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왔으면 합의를 위해 머리를 바짝 맞대야 하고, 이견이 있으면 본회의를 연기해서라도 예산안 심사에 전력을 기울이는 게 국회가 할 일이다. 다수 국민 입장에선 방통위원장과 검사 탄핵보다도 더 시급하고 중요한 게 예산안이고 민생법안이다. 꼭 탄핵안을 통과시키겠다면 예산안이 처리된 뒤에 해도 늦지 않다. 예산안과 산적한 민생법안을 처리하기에도 빠듯한데 탄핵안 대치 때문에 또 시간을 낭비하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이런 점을 헤아려 본회의 개의 여부를 결정하기 바란다. 지난해 예산안이 법정 처리시한을 22일이나 넘겨 역대 최장기간 지연 처리라는 기록을 남겼는데 가뜩이나 나라 안팎으로 어려운 올해에 비슷한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될 것이다.

처리시한 준수 못지않게 내용에 있어서도 박수 받는 예산안이 돼야 하는데 여야가 ‘총선용 지역구 예산’ 늘리기에 골몰한다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각종 도로·철도 건설, 기존 철도 10곳 지하화 사업, 5대 광역시 도심융합특구 조성 사업 등의 토목 예산은 여야 심의 과정에서 줄줄이 신설되거나 당초 정부안보다 크게 증액됐다. 예산정국은 꽉 막혔는데 정작 의원들은 지역구 예산을 확보했다며 자랑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벌써부터 이런데 앞으로 열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소위’에선 여야 짬짜미 예산과 실세들의 ‘쪽지 예산’이 얼마나 판칠지 가늠이 안 된다. 여야가 이제라도 불투명한 내년 경제상황에 대비해 불요불급한 예산은 과감히 삭감하고, 민생을 살리는 예산은 적극 밀어줘야 할 것이다. 미래 농사를 잘 지어놓았다는 평가를 받아야 유권자들도 내년 총선 때 표를 주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