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조명환 (19) 대지진 현장 방문… 절망 속에서 희망 이야기할 수 있길

[역경의 열매] 조명환 (19) 대지진 현장 방문… 절망 속에서 희망 이야기할 수 있길

지진으로 폐허 된 튀르키예와 시리아
일상 되찾으려 몸부림치는 주민들 보며
월드비전이 할 사명 되새기는 계기 돼

입력 2023-12-0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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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왼쪽) 회장이 지난 5월 대지진이 발생한 튀르키예에서 이재민을 만나 위로하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사방에 흩어진 옷과 신발들, 건물 잔해 속에 묻힌 채 구조되지 못한 시신들의 냄새, 몰려드는 해충을 막기 위해 온 도시에 하얗게 뿌려 놓은 석회 가루….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현장을 방문해 마주한 재난의 모습은 미디어에서 접했던 것보다 짙고 깊었다.

지난 2월 튀르키예를 강타한 규모 7.8(1차), 7.5(2차) 대지진으로 한반도 크기에 달하는 튀르키예 영토가 무너졌다. 월드비전은 즉시 초기 긴급구호 체계에 들어갔으며 특별히 한국에서는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에서 전해온 비보에 많은 후원자의 손길이 모였다. 나는 우리의 나눔이 현장에서 적절히 사용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기 위해 지난 5월 대지진 현장을 찾았다.

이미 많은 정보를 접했음에도 실제 눈앞에 보이는 대지진의 상처는 처참하고 거대했다. 아드야만주, 해발 540m에 있는 시골 마을 코첼리에서 만난 할릴씨는 이번 지진으로 도시에 살고 있던 다섯 아이를 모두 잃었다. 아이들이 함께 살던 아파트가 무참히 내려앉으며 수백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할릴씨의 다섯 아이도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소중한 자녀를 모두 잃은 아버지의 황망한 눈빛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지진 피해 주민들의 가슴 무너지는 이야기와 엄청난 피해 규모를 마주하며 하나님이 주관하는 대자연의 섭리가 두렵고 떨리기도 했다. 더불어 다시 한번 월드비전이 해야 할 사명을 분명하게 되새기는 계기도 됐다. 당장 피해주민들이 안전하게 먹고 자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임시 거주지를 조성하는 일부터 생활 물품 제공, 안전한 식수 확보 등 월드비전이 현지 NGO들과 협력해 신속하게 진행 중인 여러 사업을 꼼꼼히 확인했다. 사랑을 나눠 주신 모든 분께 한없이 감사해 눈시울이 여러 번 뜨거워지기도 했다.

인간은 위대한 과학 문명을 이뤄냈지만 땅의 갈라지는 지진 하나도 막을 수 없다. 건물의 85%가 무너진 안타키아에 들어서자 눈길이 닿는 모든 곳이 흉물스럽게 무너진 건물의 잔해뿐이었다. 처참한 현장을 걷다 나도 모르게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건물 잔해를 붙잡고 기도를 드렸다. 교만했던 우리 모습을 회개하며 더 겸손하게 주님 앞에 엎드러질 수 있기를, 주님이 이 땅에 울부짖는 사람들을 기억하시고 위로하시며 회복시켜 주시기를.

가끔 구호현장이나 어려운 지역에 가는 것이 두렵지 않냐는 질문을 받는다. 나의 대답은 열 번이면 열 번 모두 ‘전혀 두렵지 않다’이다. 주님이 보내셨고 곁에 계심을 확실히 믿기에 무섭거나 꺼려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또한 하나님은 나에게 그곳에서 해야 할 일을 명령하셨고 위로를 전할 아이들과 주민들이 있다는 책임감과 사랑의 마음을 주셨다. 나는 주님 주신 사명에 순종함으로 두려움을 넘어선 담대함을 선물 받았다.

월드비전이 절망으로 몸부림치는 곳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며 그들을 돕고 함께 내일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다. 시간이 흐르며 재난 초기 뜨거웠던 관심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피해 지역에서는 일상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많은 분의 응원과 기도가 끊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리=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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