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윰노트] 자카르타 미술 기행

[혜윰노트] 자카르타 미술 기행

정지연(에이컴퍼니 대표·아트디렉터)

입력 2023-12-01 04:05

소박했던 인니 아트페어
돈 중심 기존 전시와 다른 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2024년의 우리 키워드는 ‘글로벌’이에요!” 팀원들에게 선포했다. 해외 예술가와 컬렉터와 교류하며 우리나라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더 널리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은 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언젠가 우주여행을 하고 싶다는 바람만큼 막연했다. 해외 진출이란 어떻게 하는 것일까. 국제적 네트워크는 도대체 어떻게 만드는 것인가. 나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아트페어 ‘아트 자카르타’를 보러 가기로 했다. 사업가이자 컬렉터인 ‘톰 탄디오’가 기존의 아트페어를 인수해 디렉터를 맡고 있다는 사실도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서울에서 첫눈이 날리는 걸 보며 인천공항으로 갔는데 수카르노하타 공항에 내리니 30도가 넘었다. 휴대전화에서 비행기모드를 해제하자 기다렸다는 듯 비보가 날아들었다. 숙박사이트에 등록돼 있던 신용카드에 문제가 있어 숙소 예약이 취소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밤 9시에 어디로 가야 할까 눈앞이 캄캄했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환전을 한 후 택시를 불렀다. 일단 예약했던 호텔로 가며 카드 업데이트와 재예약을 시도했다. 도로는 혼잡했고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가운데 택시 기사는 알 수 없는 언어로 말을 걸었다.

신고식은 요란했지만, 다행히 가려던 숙소에서 머물 수 있었다. 다음 날 살펴보니 바로 옆에 갤러리들이 모여 있어 나에겐 최적의 위치였다. 가까운 곳도 걸어갈 수 없는 심각한 보행 환경이었지만 택시는 앱으로 금방 부를 수 있었다. 차보다 바이크가 많은 도로는 정신없이 혼잡했지만, 환율 덕분에 택시비는 부담스럽지 않았다. 영어가 잘 통하진 않았지만 다들 친절해서 소통이 어렵지 않았다. 현지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한나절 만에 ‘다 사람 사는 곳이지’ 싶었다.

아트 자카르타는 생각보다 화려하지 않았지만, 그래서 편안하고 신선했다. 인도네시아 국내 갤러리와 작가들이 대부분이었고 그 외 한국과 아시아권 갤러리들이 일부 참가하고 있었다. 이름도 몰랐던 갤러리들과 처음 보는 작품들로 가득하니 새롭고 적극적으로 사진을 찍으며 즐기는 관람객이 많아서 인상적이었다. 작품 판매가 활발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예술보다 돈이 중심이 되는 세계적 아트페어들과 조금 다른 결의 성장 가능성이 느껴졌다. 인도네시아에서 갤러리를 하고, 예술가로 활동하고, 작품을 보거나 사러 오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궁금해졌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데 평균연령이 30살 정도로 젊은 층이 많다. 부패지수가 높은 나라이긴 하지만 올해 5%의 경제성장률을 달성 중이다. 많은 섬, 다양한 인종과 종교, 역사적 아픔들까지 인도네시아와 자카르타에 대해 알고 있는 내용의 90%는 이번 자카르타 여행 전후에 습득한 정보들이다. 시장을 이해하고 작품을 알아보려면 역시 역사와 문화를 알아야 한다.

나는 기획자의 시선으로 아트페어를 보면서도 예술가와 관람객, 구매자의 입장을 헤아려 본다. 그동안 내가 멀리까지 보러 갔던 유수의 아트페어들은 세계 최고 갤러리들이 모여 억대의 작품을 판매하고 엄청난 재력가와 톱스타들이 작품을 사러 오는 곳이었다. 큰돈이 오가는 비즈니스의 장이다 보니 입구와 출구에선 가방 검사까지 이루어지기도 하고 긴장과 화려함, 구매자와 단순 관람객 사이의 분리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에 비하면 아트 자카르타는 소박하고 다정했다. 동시에 희망적이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모처럼 새로운 경험과 문화 적응을 제대로 한 것 같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여러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해외 진출은 사무실에 앉아서 꿈만 꾸거나 세계적 아트페어만을 바라본다고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해외의 누군가 우리를 초대하거나 브리즈 아트페어에 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아트 자카르타에 왜 갔는지 무엇이 좋았는지를 돌아보면 해외 진출의 힌트가 거기에 있지 않을까.

정지연(에이컴퍼니 대표·아트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