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진격의 오일머니

[한마당] 진격의 오일머니

고세욱 논설위원

입력 2023-12-01 04:10

2014년 KBS 개그콘서트의 코너 ‘만수르’는 아랍 부호 만수르가 주인공이다. 만수르는 1500억원짜리 그림 ‘모나리자’를 “중고라서 싼 것 같다”라 하고, “(너무 넓어) 집에 톨게이트가 있다”고 자랑하는 졸부로 묘사됐다. 하지만 그 즈음 아랍의 큰손들이 움직이는 오일머니는 개그 소재를 넘어 세계 스포츠계의 판도를 흔들기 시작했다.

먼저 축구다. 개콘 만수르의 모티브가 된 아랍에미리트(UAE)의 부통령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하얀은 2008년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를, 카타르 자본은 2011년 프랑스 리그의 파리생제르맹(PSG)을 인수했다. 막강한 자본에 힘입어 두 팀은 각 리그 최고 팀으로 우뚝 섰다.

사우디아라비아가 2010년대 중반 경쟁에 합세하면서 오일머니의 사냥감은 스포츠 전 종목으로 확산됐다. 복싱, 프로레슬링, 자동차 경주 포뮬러원(F1), 야구, e스포츠 등 다양한 대회를 열었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최고 스타들을 영입했다. 일반 대회 상금이나 선수 연봉보다 보통 ‘0’이 하나 더 붙는 액수에 스포츠계는 중동 블랙홀에 빠졌다. 100년 전통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사우디 국부펀드가 주관하는 리브(LIV) 골프의 자금력에 굴복하며 통합을 선언했다. 월드컵, 동·하계 아시안게임 등 중동이 점찍은 대회엔 지레 다른 국가들이 경쟁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우디의 2030 엑스포 유치는 오일머니의 지평이 확연히 넓어졌음을 의미한다. 실제 중동 국가들은 석유 이후의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스포츠를 필두로 금융, 관광, 게임 등 각 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이다. 엑스포 유치에 실패한 이탈리아의 잠피에로 마솔로 위원장은 “엑스포 다음은 올림픽, 그리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석일 수 있다”고 오일머니 파워를 경고했다. 지금 분위기로는 중동이 오일머니를 등에 업고 세계 질서의 게임체인저가 될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엑스포 미련은 속히 떨쳐내고 글로벌 오일머니 획득 경쟁에서 이길 전략을 세워야 할 듯하다.

고세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