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모두가 떠나고 싶어 한다

[세상만사] 모두가 떠나고 싶어 한다

강창욱 산업2부 차장

입력 2023-12-01 04:02

얼마 전 ‘전 세계인이 살고 싶은 도시 1위는?’이라는 기사가 떴기에 거기가 어딘가 보니 두바이였다. 가본 적이 없기도 하지만 매년 수차례씩 해외를 나다니던 시절에도 후보지에 올려본 적 없는 곳이라 왜 하필 두바이인가 싶었다. 기사엔 여러 이유가 나열돼 있었는데 ‘스마트한 사회기반시설 및 서비스’ ‘외국인 거주자에게 친화적인 정책’ 등을 제쳐놓고 여러 매체가 제목으로 뽑은 장점은 ‘세금 없는 월급’이었다. 근로소득세 안 뗀다고 전 세계인이 두바이에서 살고 싶어 한단 말인가. 이 조사는 미국의 한 금융회사가 ‘○○으로 이주’라는 문구의 구글 검색량을 분석해 세계 164개 나라에서 각각 가장 많이 언급된 ‘○○’이 어딘지 집계한 것이었다. 가장 많은 나라에서 1등을 한 도시가 전체 1위를 하는 식으로 순위를 매겼다.

사실 공개된 원문에는 두바이가 왜 1등인지 따로 설명돼 있지 않다. 설문조사를 한 게 아니니 그 도시를 왜 검색했는지까지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다만 조사 업체는 두바이에 대해 “초현대식 건축물, 활기찬 밤 풍경, 1년 내내 지속되는 햇살, 풍부한 고용 기회로 유명하다”며 “세계 각지에서 온 친구를 만나고 사귀기 쉬운 신도시에서 새 출발을 원하는 사람에게 두바이는 이상적인 이주 목적지로 보인다”고 나름의 해설을 붙였다. 두바이는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로 오라”고 열심히 손짓하면서 소득세와 소비세가 없다는 점을 스스로 자랑해 왔다. 언젠가 한국어 게시물에서는 “두바이 거주자들은 개인의 소득에 관한 세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며 “부자가 되기에 참 좋은 환경”이라고 어필했다. 모든 나라에 똑같이 홍보하는지 모르겠지만 세금을 ‘뜯기는 돈’으로 생각하는 이들에게 분명 솔깃한 시스템이다. 세금을 안 낸다는 것만으로 그곳을 가장 살고 싶은 나라로 꼽을지는 의문이지만.

정말 세금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두바이는 가장 많은 60개 나라에서 이주 목적지 1위에 올랐다. 이어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가 12개국, 프랑스 파리가 10개국에서 최다 검색량을 기록하며 각각 전체 2, 3위를 했다. 4위에는 미국 뉴욕과 스페인 마드리드, 싱가포르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각각 8개 나라에서 최다 득표를 했다. 어딘가로 이주하고 싶은 이유는 그곳이 이곳보다 더 살기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맥이 빠지는 사실은 누군가 살고 싶어 하는 도시가 그곳 사람에게도 살고 싶은 도시인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실행에 옮기지 못할 뿐 실은 상당수가 다른 곳으로의 이주를 꿈꾼다. 60개국에서 선택받은 두바이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사람들은 정작 싱가포르로 이주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때 싱가포르에 사는 이들의 마음은 뉴욕에 가 있었고, 뉴요커 등 미국인 다수는 두바이로 떠나고 싶어 했다. 3위 파리는 아프리카에서 인기가 높았는데 막상 프랑스인은 벨기에 브뤼셀로, 벨기에인의 눈은 다시 두바이로 향했다. 이렇게 ‘저곳은 더 살기 좋겠지’라는 로망은 돌고 또 돌고 있었다.

최근 한 모임에서 각자 가서 살고 싶은 나라에 대한 대화가 오간 적이 있다. 이런 이야기는 대개 팍팍하고 아쉬운 현실에서 시작된다. 이곳을 벗어나면 더 나은 삶이 가능할 것 같은데 막상 저곳 원주민도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어 한다. 바라는 삶은 장소나 시스템이 완성해주는 게 아니라는 얘기겠지만 오고 싶은 사람보다 떠나고 싶은 사람이 많은 곳이라면 좋은 곳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떠나고 싶다는 건 어쨌든 이곳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니까.

강창욱 산업2부 차장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