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행처리와 연좌농성…또 재연된 볼썽사나운 국회

[사설] 강행처리와 연좌농성…또 재연된 볼썽사나운 국회

입력 2023-12-01 04:03
국민의힘 의원들이 30일 국회의장실 앞에서 연좌농성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안 잠잠해졌나 싶더니 국회가 또다시 강대강 대치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의 요구로 30일 본회의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이 보고돼 1일 강행 처리를 앞두게 되자 국민의힘이 본회의장 로비에서 연좌농성에 들어간 것이다. 여야가 본회의나 상임위원회에서 피켓 시위나 고성을 지르지 않겠다는 신사협정을 맺은 게 한 달 전이다. 그런데 회의장 밖일 뿐이지 피케팅·고성보다 훨씬 더 볼썽사나운 풍경이 빚어진 것이다.

예산국회에서 때아닌 탄핵안 처리로 대치가 빚어진 건 민주당 잘못이 크다. 당초 30일과 1일 본회의는 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2일)을 앞두고 소집된 것인데, 민주당이 이 위원장 탄핵안 처리를 끝내 고집하면서 여당의 반발을 산 것이다. 탄핵안을 둘러싼 대치 때문에 예산안 심사가 뒷전으로 밀리면서 올해에도 법정시한을 맞추기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게다가 민주당 독주에 반발해 여당 소속 법사위원장이 법사위 회의마저 열지 않아 다른 상임위에서 올라온 민생법안들이 잔뜩 쌓여 있는 상태다. 탄핵안 처리가 뭐가 그리 급하다고 예산안과 민생법안을 희생양 삼으면서까지 국회를 공전시킨단 말인가. 민주당이 국민 눈높이에서 정치를 하지 않고 여전히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고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대치 정국을 막지 못한 국회의장단과 여야 원내대표단의 정치력도 아쉽다. 누가 보더라도 지금은 예산안 처리가 가장 시급한 일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의 탄핵안 처리를 늦추거나, 그게 안 되면 최소한 예산안과 탄핵안을 같이 통과시킬 방안을 모색했어야 옳다. 하지만 예산안 법정시한도 넘기게 됐고 여야 간 대치만 더 격해진 최악의 상황이 빚어졌다. 여야 협상 과정에서 돌파구를 찾기는커녕 한 치 양보도 없이 마이웨이 행보만 보인 양당 원내대표가 사태를 악화시킨 셈이다. 탄핵안이 강행 처리되면 정국이 더 바짝 얼어붙을까 걱정된다. 그렇다고 여야가 예산안과 민생법안 처리마저 마냥 허송세월한다면 국민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나중에 다시 붙더라도 할 일은 마친 뒤에 싸워야 할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