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대통령의 ‘내 탓’ 사과

[국민논단] 대통령의 ‘내 탓’ 사과

박선숙 전 국회의원

입력 2023-12-04 04:06

엑스포 유치 큰 격차 실패
“뜻밖의 결과” 이해 안 돼
누가 대통령 눈과 귀 가렸나

강서구 보선, 잼버리 혼선 등
실패 반복은 구조적 문제

생각 비슷한 사람만 모아
누구도 반론 펴지 못하는
대통령실과 정부로는 답 없다

대통령은 엑스포 유치 실패에 “모든 것은 전부 나의 부족이라고 생각해 달라”며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취임 후 1년 반 동안 가장 무거운 사과였다. 대국민 사과로 더는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을 막고 그만 넘어가 달라는 뜻이겠지만 과연 그걸로 끝날 일인가. 무엇이 문제였는지 제대로 짚어야 한다. 남은 임기는 길고 훗날 되돌아보면 지금이 점검하고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대통령도 장관들도 다 예측하지 못한 결과라고 말한다. 119 대 29. 과연 그런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을까. 접전이 될 거라고, 2차 투표에서 역전도 가능하다는 터무니없는 기대는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예측이 빗나갔다는데 대통령은 누구에게서 그런 보고를 받았을까. 당연히 보고라인은 여럿이었을 테지만 하나같이 뜻밖의 결과였다고 입을 모은다. 외교부 장관은 막판에 투표에 불참하거나 의견을 바꾼 나라도 있었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큰 격차를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정말 다들 그렇게 상황과 거리가 먼 판단을 했던 것일까. 누가 대통령과 장관들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았는가. 듣고 싶은 말만 듣는 대통령, 듣기 좋은 말만 보고하는 참모들이 눈 가리고 귀 막은 때문이 아닐까.

대통령도 장관들도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어디쯤 가고 있는지, 얼마나 남았는지 알지 못한 채 무작정 달려가는 건 결코 최선일 수 없다. 국민의 깊은 실망감은 물론이고 정부의 판단을 믿고 전 세계를 누빈 기업인들, 지원에 나선 문화예술인들이 느낄 허탈감에 그런 말이 어떤 위로가 되겠는가. 여러 나라를 만나 설득하려 노력한 것만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기엔 그들에게 주어진 권한과 책임이 너무 중하다.

누군가 해볼 만하다고 주장하고 거기에 대통령이 동의하면 그에 반하는 부정적 의견을 내놓기 어려워진다. 강요된 침묵 속에 이뤄지는 만장일치의 함정이다. 이제 와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 머니를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데 그건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 조건에서도 해볼 만하다고 부추기고 대통령과 총리, 장관, 기업들까지 세계 각국을 설득하러 달려가게 만든 게 시작이었다. 추격 중이라고, 접전이 될 거라고 총동원령을 내려 파리로 몰려가기까지 수없는 오판과 과장 보고가 거듭됐다.

사실 대통령이 제대로 보고를 받고 있는지, 그에 따라 제대로 의사결정을 하는지 의문이 드는 상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깝게는 큰 표 차이로 패배한 강서구청장 선거가 있다. 보궐선거의 원인 제공 당사자를 사면 복권시켜 공천하기까지 그 어떤 브레이크도 작동하지 않았다. 국제적 망신을 불러온 잼버리도 마찬가지다. 사전에 여러 경보가 있었지만 점검도 예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IT강국 한국의 시계를 20년 전으로 돌려놓은 전자정부의 먹통 사태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 정도면 근본적으로 대통령과 정부의 의사소통과 관리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실패가 반복되는 건 구조적 문제다. 전부 자신의 부족 때문이라는 대통령의 그 말이 맞는다. 그런 인적 구조를 만든 건 바로 대통령 자신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주변에 반대의견을 가진 이가 없고 다른 의견을 전할 소통의 문마저 누군가에 의해 막혀 있다면 대통령은 꼼짝없이 벽 안에 갇히게 된다.

이제라도 대통령은 그동안 발생한 문제들을 하나씩 다시 짚어봐야 한다. 쿠바 피그스만 공습에 실패한 뒤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그랬듯이. 케네디 정부는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 만장일치로 쿠바 공습 지원을 결정했다. 하지만 참담한 실패 뒤에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그 무거운 책임은 오직 대통령 몫이었다. 그 후 케네디는 다른 의견이 없는지 끊임없이 짚고 또 짚었다. 어리석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은 어떻게 문제를 풀어갈 것인가. 생각이 같거나 비슷한 사람들로만 구성된 대통령실과 정부로는 답이 없다. 대통령이 잘 아는 사람, 믿는 사람들이 바로 대통령을 실패의 함정으로 몰고 간다. 대통령 주위에 다른 의견을 가진 ‘라이벌 팀’을 두는 것. 대통령이 성공하기 위한, 아니 실패하지 않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다. 누구도 반론을 펴지 못하는 분위기에선 또 다른, 더 큰 실패가 기다릴 뿐이다. 지금이 바로 대통령과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 문제해결 능력을 재점검할 때다. 더 늦기 전에.

박선숙 전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