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복수초는 무죄다

[한마당] 복수초는 무죄다

이동훈 논설위원

입력 2023-12-04 04:10

복수초는 봄에 꽃이 피었다 지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오래 살며 복을 누린다는 뜻으로 ‘복 복(福)’ 자에 ‘목숨 수(壽)’ 자를 쓴다. 눈 속에 피는 연꽃 같다고 해서 설연화(雪蓮花)로도 불린다. 그래서 강인함과 절제의 상징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퇴임 후에도 ‘책 추천 정치’를 계속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1일 페이스북에 ‘꽃은 무죄다’라는 수필집을 소개하며 이 복수초를 소환했다. 그는 저자인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을 “얼음을 뚫고 나오는 복수초의 강인함에서 절제와 인내를 배우고, 우리 사회의 진정한 복수(福壽)를 꿈꾼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요직을 지냈지만, 지금 검사들의 세상에서 고초를 겪고 있는 검사 이성윤···.”이라고 지칭했다. 이 전 지검장이 현 정부에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당한 걸 염두에 둔 듯하다. 그런데 굳이 팩트를 따지자면 그의 좌천은 공무원은 기소 시 퇴직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으로 그는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으로 기소돼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신주호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이 지난 2일 논평에서 복수라는 말장난을 하지 말라며 문 전 대통령을 성토했다. 출판사 서평에 ‘복수초는 유치하게 권력의 칼날을 휘두르며 복수(復讐)하는 자들보다 한 수 위’라고 언급하고 있듯 문 전 대통령이 복수라는 표현으로 현 정부를 에둘러 겨냥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중의적 표현이 가능한 것은 이 꽃을 꺾다 맹독성에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아 복수초(復讐草)로도 부르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에서 검찰 요직을 거친 이 전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장 때는 정권에 불리한 각종 수사를 뭉그적댔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기소를 반대했다는 의혹도 있었다. 신 부대변인이 지적한 건 이 사건에 대한 1심 유죄판결이 났음에도 진정한 복수 운운하며 딴청을 부리는 듯한 문 전 대통령의 태도다. 수필집 제목처럼 아무리 꽃이 무죄라지만 꽃을 취향대로 해석하고 이용하는 것도 무죄인 건지 헷갈린다.

이동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