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흑사병 때보다 심각한 인구절벽’…정부 대책 새로 짜라

[사설] ‘흑사병 때보다 심각한 인구절벽’…정부 대책 새로 짜라

NYT “저출산 계속되면 황폐화된
고층빌딩, 유령도시로 한국 위기”
한은, 2050년 성장률 0%이하 경고

입력 2023-12-04 04:02

한국이 저출산 문제로 인해 국가 자체가 소멸하는 ‘인구 붕괴론’ 우려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사람 부족으로 교육, 국방, 노동, 의료 등 각종 시스템이 무너져 결국 나라가 붕괴한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0.7명으로 떨어진 한국의 합계출산율에 대해 지금 200명이 다음 세대에 70명으로, 그 다음 세대에는 25명 이하로 줄어드는 것이라며 “이는 흑사병이 창궐한 14세기 유럽 인구 감소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060년대 말까지 한국 인구가 3500만명 아래로 급락하면서 방치된 노인세대, 황폐화된 고층빌딩과 유령 도시, 미래가 없는 젊은 세대의 이민 등으로 한국 사회를 위기에 빠뜨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경고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미 초저출산의 수렁에 빠져있다. 내년 초등학교 1학년 입학생 수가 40만명을 밑돌 전망이다. 내년도 학령인구인 2017년생이 35만7771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출생아 수가 40만6243명이었던 2016년생이 입학한 올해 초등 1학년생은 40만1752명이었다. 따라서 올해 입학생은 35만명 정도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특히 올해 출생아 수는 23만명대로 추락할 전망이어서 앞으로가 걱정이다. 학생 수 감소는 학교 붕괴로 이어지고, 국가시스템 전체에 타격을 준다. 한국은행은 세계 최저수준인 현재의 저출산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2050년쯤 성장률이 0% 이하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는 저출산 대책에 2006년 이후 지금까지 38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결과는 몇 년째 합계출산율 세계 꼴찌다. 저출산 대책이 젊은 세대를 이해하지 못한 정책이거나, 너무 소극적인 지원을 하는 건 아닌지 돌이켜봐야 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최근 조사결과, 출산이 가능한 49세 이하 2명 중 1명은 향후 출산계획이 없다고 했다. 그 이유로 20~30대는 무자녀 생활의 여유와 편함, 아이 양육 및 교육 부담, 경제적 불안정 등을 주로 꼽았다. 결국 한국에서 양육이 경제적으로 부담인데다, 자신의 여유로운 삶을 희생시키기 싫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만 낳으면 국가가 키워준다는 정도의 통큰 대책이 필요하다. 나경원 전 의원이 올해초 내놓은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도 허무맹랑하지는 않다. 40세 이하 부부에게 4000만원을 대출해주고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이자 또는 원금을 면제해주는 안은 지금 무주택 청년 저리 대출과 다르지 않다. 또 청년층의 고용불안을 자극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잔혹한 입시경쟁, 수도권 집중 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지금 저출산 문제를 풀지 못하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천문학적인 물량 공세를 하든 지금 뭔가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