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금융산업 경쟁 제한부터 풀어야

[경제시평] 금융산업 경쟁 제한부터 풀어야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입력 2023-12-05 04:06

은행이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장사로 따가운 비판을 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소상공인들이 고금리에 은행 종노릇 하는 것 같다고 한숨지었다. 이어 금융위원장이 금융회사 이익의 원천이 혁신이나 노력의 결과보다 단순히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수입 증가라는 점에서 국민 시선이 따갑다고 했다. 금융감독원장도 올해 은행권 3분기 영업이익이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차를 합친 것보다 많다며 이들과 비교해 도대체 어떤 혁신을 했기에 60조원의 이자수익을 거둘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은행과 같은 금융 부문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은행은 들어온 돈을 금고에 쌓아두는 것이 아니고 이를 다시 대출함으로써 수익을 본다. 이는 기업에 매우 귀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금융의 기능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기술과 아이디어 그리고 성실함과 열정으로 무장한 기업가라 해도 그 꿈을 이룰 기회조차 없게 된다. 다음으로 금융은 우수한 경쟁력을 갖춘 기업가를 선별해 낸다. 돈만 빌려준다고 무조건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돈 갚을 능력이 있는 사업자에게 돈을 빌려줘야 한다. 그런데 누가 돈 갚을 능력이 있는지 판별하는 건 쉽지 않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하고 또 축적된 노하우와 발품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IMF 외환위기로 큰 어려움을 당한 이유도 이런 금융의 역할이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은행을 사실상 지배하는 관치금융 시대에는 은행이 어떤 기업에 돈을 빌려줘야 하는지를 은행이 아닌 정부가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른바 정경유착으로 은행이 제 역할을 할 수 없었다. 지금도 정부가 은행 경영에 개입하고 전직 공무원이 경영진으로 내려오는 관치금융의 큰 틀에서 우리 금융산업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지적한 은행의 독과점 구조는 금융 부문에 경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은행끼리의 경쟁보다는 지나친 규제로 은행의 하향평준화를 이끌었다는 지적은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과거에 소신껏 수익성을 위해 일하던 윌프레드 호리에, 김정태 등 유능한 은행장들을 금융당국이 경질한 것이 그런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금융산업의 경쟁을 제한하는 것은 금산분리와 같은 해묵은 진입장벽이다. 경과야 어찌 되었든 카카오가 금융업에 진출해 보여준 경쟁력은 우리 모두를 놀라게 한다. KB, 신한, 하나, 우리 등 대표적인 금융지주회사 자산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이 이들과 어깨를 견줄 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런 카카오뱅크를 금산분리 위반이라고 문제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편협한 시각이다.

금융은 본질적으로 정보 비즈니스다. 사람, 기업, 기술, 규제, 제도 등에 대한 정보가 금융의 수익성을 좌우한다. 금융은 정보의 블랙홀이다. 가만히 있어도 기업들은 자신이 어떻게 돈을 잘 벌 수 있는지 정보를 주며 돈을 빌려 달라고 은행을 찾는다. 해외 유명 투자은행은 많은 분야의 업종에 대한 엄청난 정보를 축적하고 있다. 이렇게 축적된 정보는 투자은행의 수익성을 올려줄 뿐 아니라 컨설팅 비즈니스의 큰 원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투자은행이 있는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도 공기업을 지원하고, 정부의 산업정책을 지원하며, 부실화된 대기업의 뒤처리를 맡는 것으로 그 역할이 제한되어 있지 않은가. 이제 우리 금융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금산분리처럼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잣대를 들이대기보다는 경쟁과 진입과 물갈이를 유도하는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