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찬주의 바다와 기후변화] 바다 산성화, 지구 온난화보다 더 큰 재앙 부를수도

[장찬주의 바다와 기후변화] 바다 산성화, 지구 온난화보다 더 큰 재앙 부를수도

입력 2023-12-05 04:05 수정 2023-12-05 04:05

기온 상승·해수면 상승에 이어
지구 기후계에 던지는 큰 위험
지구 평균온도 1.5도 상승하면
전 세계 산호초 70∼90% 소멸


“이거다 저거다 말씀 마시고…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코미디언 고 서영춘씨가 1960년 ‘원자폭소 대잔치’라는 프로그램에서 유행시킨 코믹송의 한 구절로 그 시절 사이다의 인기를 반영한다. 사이다에 포함된 이산화탄소가 일으키는 톡 쏘는 맛과 시원함 때문에 당시는 물론 지금도 인기가 높아 속 시원한 이야기를 ‘사이다 발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이산화탄소는 이제는 지구온난화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톡 쏘는 맛이 나는 사이다에 비유될 정도로 바닷물을 역사상 유례없이 빠르게 산성화시켜 식량 안보까지 위협하는 골칫거리가 되었다. 기온 상승과 해수면 상승에 이어 바다 산성화는 인간 활동에서 유래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지구 기후계에 던지는 가장 큰 위험이다.

바다 산성화

바다 산성화는 바닷물의 산성도가 증가(산성도 지표인 pH는 감소)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주로 대기 이산화탄소의 바다 흡수로 일어나며 부영양화, 산성도가 큰 담수 또는 바닷물 유입 등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지구온난화가 일으키는 기후 변화의 쌍둥이 악마로 불릴 정도로 그 피해가 크다. 그렇지만 바닷속에서 일어나므로 우리가 직접 보거나 느낄 수 없고 수온 상승에 비해 그 변화가 느리게 일어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간과하기 쉽다. 이런 점에서 대비가 더 어려운 기후 재난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지구 표면적 70%를 덮고 있는 바다는 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지구 공간 부피의 90%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산성화는 더 심각한 문제다. 생물다양성 감소, 기후변화와 함께 인류가 당면한 시급한 국제 환경 문제로 대두돼 유엔은 빈곤 종식, 지구 보호, 평화와 번영 보장을 위한 17개의 지속가능 발전 목표 중 바다 생태계 관련한 14번째 목표에 바다 산성화를 포함했다. 세계기상기구(WMO)도 7개 기후지표 중 하나로 바다 산성화를 선정했다.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IPCC)에 따르면 인간 활동에서 기원하는 대기 이산화탄소 30%를 바다가 흡수한다. 이로 인해 산업혁명 이후 현재까지 약 250년 동안 표층 pH가 0.1 정도 낮아져 산성도는 약 26% 증가했다. 이런 산성화 속도는 탄산칼슘을 골격으로 하는 바다생물이 산성화로 대멸종했던 5500만년 전보다 10배나 빠르다. 이는 지구 역사상 유례 없이 빠른 바다 산성화가 현재 진행 중임을 나타낸다. 지금과 같은 추세로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가 계속 증가한다면 21세기 말에는 pH가 0.2∼0.4 정도 낮아질 것이라고 한다.

어패류·갑각류 등에 치명적 타격

대기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지구온난화를 완화하는 역할을 하는 바다는 흡수한 이산화탄소로 바닷물 화학 평형이 변해 산성도가 증가하는 중병을 앓게 된다. 바다생물에도 심각한 피해를 일으킨다. 특히 탄산칼슘으로 껍데기나 골격을 만드는 어패류, 석회조류, 갑각류 등의 피해 정도는 심각하다. 산성화로 바닷물에 탄산염이 줄어 탄산칼슘 껍데기 형성이 힘들거나 이미 형성된 탄산칼슘도 녹기 때문이다.

전 세계 바다 면적의 0.1%만 차지하지만 바다 생태계의 4분의 1을 지탱하는 게 산호초다. 산호초도 수온 상승과 바다 산성화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유엔 생물다양성과학기구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산호초 33%가 멸종 위기다. 세계에서 가장 큰 산호초인 호주의 대산호초는 이미 절반이 사라졌다. 더 나아가 IPCC에 따르면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 상승하면 전 세계 바다 산호초의 70~90%가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알래스카 연어도 바다 산성화 영향을 받아 개체수와 크기가 줄고 있다. 연어 먹이인 바다나비(익족류라고도 함)라는 생물이 산성화로 껍질을 잘 형성하지 못해 그 수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나비는 단백질이 풍부해 바다 감자칩으로 불릴 정도로 바닷새에서 연어 등의 어류까지 많은 동물이 먹기 좋아하기 때문에 개체수가 줄면 해양생물뿐만 아니라 먹이사슬 전체에 영향을 준다. 인류는 필요한 동물단백질의 17%를 바다에서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50년이 되면 인류가 필요로 하는 단백질이 2배 증가해 인류가 섭취할 동물단백질이 부족하게 되는 ‘단백질 위기(Protein Crisis)’가 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최근 우리나라 바다에서 어획량이 급감하고 가격이 뛰어 금징어로 불리는 오징어도 바다 산성화의 영향을 받아 개체수나 크기가 줄 가능성이 크다.

미국 우즈홀연구소에 따르면 오징어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바다 산성화 영향을 받는다. 첫째, 알이 부화하는 데 더 긴 시간이 걸려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가능성이 커진다. 둘째, 어린 오징어 크기가 줄어든다. 셋째, 오징어의 귀 역할을 하는 이석은 모양이 불규칙하게 되고 오징어 기관이 늦게 발달한다.

오징어와 같은 두족류는 바다 먹이사슬의 핵심이다. 바다 산성화는 두족류를 먹는 다른 생물도 영향을 받지만 세계 어획량이 300만t에 이를 정도로 중요한 두족류 관련 어업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다. 오징어가 우리나라 바다에서 사라진 명태와 같은 운명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지구온난화 가속시킬 수도


미국, 독일, 영국 공동 연구진은 바다 산성화로 생물학적 황화합물인 디메틸황(DMS)의 농도가 낮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세조류가 만드는 디메틸황 배출로 바다는 대기에 가장 많이 황을 공급한다. 대기에서 황 농도가 높아지면 태양 빛을 차단해 표면에 도달하는 태양 에너지가 감소하므로 냉각 효과를 일으키는데 산성화로 바다에서 대기로 황 배출이 감소하면 지구 표면에 도달하는 태양 에너지의 양이 증가해 온난화가 가속화할 수 있다.

온도 상승과 달리 바다 산성화는 쉽게 보지도 느끼지도 못한다. 그러나 그 영향은 온도 상승 못지않으며 심지어 인류의 생존이 달린 수산자원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이미 과거에 일어난 바다 산성화와 그 피해가 지구에 기록돼 있다. 또한 현재 일어나는 바다 산성화는 과거 어느 지질시대보다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바다 산성화가 지구온난화보다 더 큰 재앙이 될 수 있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잘못을 반복하기 마련이다.”(조지 산타야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