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연명의향서 상담하는 교회… 기류 180도 바뀐 까닭은

사전연명의향서 상담하는 교회… 기류 180도 바뀐 까닭은

도입 초기 교계선 반대 기류 강해
팬데믹 거치며 목회자 인식 변화
“무의미한 연명 성경적이지 않아”
교회내서 의향서 작성·홍보 나서

입력 2023-12-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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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원인 김지원(오른쪽 두번째) 영안교회 권사가 지난 3일 서울 중랑구의 교회에서 연명의료 결정제도에 관련한 상담을 하고 있다. 영안교회 제공

서울 중랑구 영안교회(양병희 목사)는 지난달부터 교인들을 대상으로 연명의료 결정제도 홍보와 의향서 작성·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정식등록기관이 아니더라도 전문 상담사를 초청하면 교회에서도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향서) 작성이 가능하다. 의향서는 회복 가능성이 희박한 말기암 등으로 향후 임종 과정에 놓였을 때를 대비해 연명의료를 받지 않거나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문서다. 19세 이상이면 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다. 이 서류를 작성하면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임종 과정의 기간을 연장하는 치료 행위를 받지 않을 수 있다.

경기도 부천 원미동교회(김승민 목사)도 지난 9월 교회 카페에서 의향서 작성 및 상담 활동을 지원했다. 김승민 원미동교회 목사는 7일 “무의미한 연명치료가 환자와 가족에게 유익하지 않고 성경적이지도 않다는 생각에 자리를 마련했다”며 “성도들 반응이 좋아서 한 번 더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명의료 결정제도가 도입됐던 2018년 초 교계에서는 적지 않은 반대가 있었다. “법 자체를 반대하진 않지만 법의 시행에서 시스템적으로 미비한 부분이 있다” “오진 가능성이 있고 전문의 1명과 주치의 1명이 동시에 오진할 경우 생명윤리에 위반되는 안락사와 다를 바 없다”는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의 주장은 당시 분위기를 대변한다.

지목됐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지만 그와 별개로 법 시행 5년 만에 의향서를 등록한 이들의 수는 200만명을 돌파했다. 실제 연명치료를 받지 않거나 중단한 이들도 30만명이나 된다.

하이패밀리(대표 송길원 목사) 각당복지재단 (이사장 라재건) 등 웰다잉 관련 교계 단체들이 일찌감치 의향서 등록기관 자격을 얻는 등 제도 활성화에 앞장서 온 것도 교계 변화를 이끈 요인으로 보인다.

제6대 대한성공회 관구장을 지낸 윤종모(74) 주교도 올해 아내와 함께 의향서를 작성했다. 윤 주교는 “삶을 회복할 가능성이 없는 사람을 의료기술로 무의미하게 숨만 붙여두는 것이야말로 신의 뜻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며 “의향서를 작성해 두면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자녀들이 불효를 저지른다는 부담 없이 편하게 결정할 수 있으니 여러모로 바람직하고 필요한 제도”라고 평가했다.

송길원 하이패밀리 대표는 “세월호와 이태원에서 일어난 핼러윈 참사, 코로나 팬데믹 등이 온 국민으로 하여금 죽음에 대해 깊이 자각하게 했다”며 “특히 교회의 의사결정권을 가진 목회자들의 인식 변화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순히 의향서를 쓰는 차원을 넘어 교회는 죽음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게 송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12월이야말로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묵상할 수 있는 적기”라며 “죽음에 대한 언급이 많은 구약의 전도서나 에스겔서를 읽는다거나 양화진 묘원 참배, 올해 떠난 사람들에 대한 추억을 나누는 등 교회가 실천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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