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블라인드 10년

[한마당] 블라인드 10년

한승주 논설위원

입력 2023-12-08 04:10

우버 CEO 겸 공동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은 성차별적 조직 문화를 조장했다는 등의 이유로 2017년 6월 해고됐다. 이를 촉발한 것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였다. 성희롱 사건이 사내에서 해결되지 않자 직원들은 블라인드로 향했다. 불이익을 당할까봐 쉬쉬했던 회사의 부당한 행태를 폭로했고, 결국 캘러닉은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물러나야 했다.

2014년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은 국내에서 블라인드가 대중에 각인된 계기였다. 블라인드를 통해 상황이 알려지면서 갑질 논란이 일었고, 조 부사장은 사퇴했다. 2021년 “꼬우면 이직하라”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글은 논란 끝에 작성자를 색출하는 수사로 이어졌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도 블라인드를 통해 퍼졌다.

직장인의 대나무숲으로 불리는 블라인드가 이달 국내 서비스 출시 10년을 맞았다. 7일 기준 국내 가입자는 600만명이며 시가총액 1000대 기업의 재직자 대비 서비스 가입자 비율은 90%를 넘었다. 2013년 12월 문성욱 대표가 만든 토종 한국산 앱으로, 이듬해 본사를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옮겨 한국과 미국에서 서비스 중이다. 블라인드의 핵심은 익명성과 보안성. 100% 익명인 블라인드는 가입자의 어떤 정보도 서비스에 저장하지 않는다. 잃어버리면 안 되는 것은 가지고 있지도 않는다는 게 보안 철학이다.

재직 중인 회사 이메일 계정을 통해 인증 정보가 담긴 메일을 받는 방식으로 가입하는데, 한·미·일 3개국에서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블라인드는 건강한 조직 문화를 만든다는 순기능도 있지만 조작 위험성이나 과잉 대표성 등의 역기능에 대한 비판도 있다.

블라인드는 지난 6월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기업’에 선정됐다. 블라인드의 성공은 어느 회사에나 소통을 방해하는 칸막이가 있음을 반증한다. 기업들이 다양한 소통 창구를 찾아야 하는 이유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