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어떻게 연합의 꽃을 24년 피웠나

부산은 어떻게 연합의 꽃을 24년 피웠나

부산성시화운동본부를 중심으로 연합 이룬 비결은

입력 2024-01-13 03:01 수정 2024-01-1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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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열린 ‘성령대집회’에서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기도한 부산성시화운동본부 관계자들과 성도들. 이날 손을 들고 기도하는 성도들 모습. 2007년 같은 장소에서 열린 ‘부산대부흥(Awakening)’ 집회 현장. 이 집회에는 20만명이 참여했다(위부터). 국민일보DB·게티이미지뱅크

“우리가 남이가.” 경상도 사투리인 이 말만큼 부산 특유의 친밀감을 잘 드러내는 표현이 있을까. 그간 지역주의나 ‘끼리끼리 문화’를 대변한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민족의 끈끈한 정을 나타내는 용어로도 널리 쓰였음은 부인할 수 없다. 최근엔 MZ세대에게도 이 표현은 낯설지 않다. 이들이 열광하는 구독자 279만명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에서 개그맨 이용주가 어색한 사투리를 구사하며 부산 토박이를 자임하는 캐릭터를 연기해 인기를 끌어서다.

부산 기독교계 지도자들은 이 말을 ‘서번트 리더십’(섬기는 리더십)으로 이해한다. 부산성시화운동본부(부성본·본부장 박남규 목사)는 모일 때 경상도 사투리 강세를 살린 “우리가 ‘넘’이가”를 외친다. 연합해 서로를 섬기되 사람 대신 하나님 이름만 드러내자는 의지를 담은 구호다.

이 외침대로 연합을 꾸려온 부성본은 전국에서 손꼽는 교회 연합의 전범(典範)으로 유명하다. 특히 2007년 이래로 10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형 집회를 다수 주관하며 연합의 힘을 여실히 보여줬다. 여러 구성원이 뜻을 모아 한 몸처럼 움직이는 연합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동서고금의 역사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 어려운 걸 20여년간 해낸 부성본의 원동력은 뭘까.

연합 목적? 예수·복음·공교회

부성본의 연합은 이들이 주요 행사마다 강조하는 ‘3가지 다짐’에 근거한다. ‘예수님 외에 스타를 만들지 않겠다’ ‘이벤트가 아닌 운동을 한다’ ‘내 교회를 넘어 공교회를 세운다’가 그것이다.

첫 다짐은 행사의 주인공으로 특정 사람이나 교회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만 부각하겠다는 각오를 담았다. 부성본 본부장 박남규 가야교회 목사는 1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집회에서 맡은 순서가 없어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게 우리 문화”라며 “해당 집회에 아무리 큰 도움을 준 교회라도 따로 소개하는 관례 같은 건 없다. 돋보이는 건 오직 주님뿐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다짐은 집회가 단순 행사로 그쳐선 안 된다는 의지를 반영한다. 부성본은 집회 시작 1년여년 전부터 ‘징검다리 집회’란 이름의 기도회를 열며 행사를 준비한다. 청소년과 청년, 목회자와 장로 등을 대상으로 여는 이 기도회로 각처의 협력자와 교류하고 다음세대 사역자의 역량도 기른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부성본 부본부장인 최상림 한국대학생선교회(CCC) 대외협력담당 간사는 “교회 연합에는 성령의 은혜가 필요하다. 우리는 그저 교회들이 복음으로 하나 되기 위해 기도하는 역할”이라며 “기도 모임을 열다 보면 이후 교회 연합을 이끌 다음세대 목회자도 발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 번째 다짐은 ‘조직을 위한 조직’은 만들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나왔다. 박 본부장은 “복음 전파를 위한 순수한 조직을 추구하기에 정치색 노출이나 내부 권력 다툼 등은 철저히 배격한다”며 “부산과 다음세대·복음화 운동, 작은교회·일터사역 지원 및 이단·사이비 추방 등 본질을 추구하는 사역을 하니 여러 교회와 성도가 부담 없이 참여한다”고 말했다.

연합 비결은 섬김·위임·우정

2000년 창립 이래 부성본 선대 본부장들은 이 세 다짐을 앞장서 실천했다. 고 정필도 수영로교회 원로목사와 최홍준 호산나교회 원로목사가 대표적이다. 최 간사는 “‘2014 해운대 성령대집회 525 회개의 날’에서 정 목사님이 보여준 섬김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당시 정 목사는 “후배들이 단에 서라”며 자리를 양보하고 자신은 단상 아래 내려가 비를 맞으며 4시간 넘게 기도했다고 한다. 최 간사는 “연합사업이 망가지는 건 결국 ‘왕좌 싸움’”이라며 “선배 목회자가 자리에 연연치 않고 예수님께 영광을 돌리고 후배 양성에 앞장서니 자리싸움이 들어설 곳이 없었다”고 밝혔다.

부성본 전 이사장이자 본부장인 안용운 온천교회 원로목사도 선대 본부장의 “섬김과 위임의 리더십이 있었기에 부산의 성시화운동이 발전할 수 있었다”고 평했다. 안 목사는 ‘성시화운동의 발전 방향과 비전’이란 글에서 “정필도·최홍준 목사님 두 분은 교회 연합운동을 하며 결코 자신을 드러내거나 권위를 휘두르지 않았다”며 “특히 후배들을 신뢰해 물심양면으로 도와 소신껏 사역하도록 도왔다”고 했다. 또 “집회나 사역을 마친 후엔 항상 ‘나는 별로 한 일이 없고 후배들이 수고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공로를 돌렸다”고 소개했다.

지역 목회자 간 활발한 교제가 지금의 연합을 만들었다는 의견도 나왔다. 안 목사는 “부성본에선 흔히 ‘일로써 만나면 오래가지 못하지만 놀면서 만나면 오래 간다’는 말을 한다. 이 말대로 우리 집행위원들은 모여서 담소하고 운동하며 같이 목욕도 한다”며 “일치와 연합을 위해 이보다 더 좋은 분위기는 없다”고 전했다.

10년 만에 다시 해운대로, 9월 성령대집회

부성본은 한국 기독교 부흥 100주년을 맞아 지난 2007년 20만명이 모인 ‘부산대부흥(Awakening) 2007’ 집회를 주관했다. 같은 해 10월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부산 그래함 페스티벌(BFGF)’엔 33만명이 참여했다. 비바람이 부는 가운데 열린 2014년 성령대집회에선 10만여명이 해운대 모래사장에 운집했다.

이들 집회 이후 부성본은 2015년 부산 기독 교세 전수조사를 벌였다. 지난 15년간 부성본이 거둔 열매를 확인키 위해서였다. 조사 결과 부산 교회 수는 1829개, 교인 수 40만5000명으로 지역 기독교 비율은 11.5%였다. 이전보다 2% 포인트 넘게 상승한 수치였다.

부성본 여성기도국장 조금엽 마마클럽 대표섬김이는 “20년 전만 해도 부산 복음화율은 9% 정도였다. 전국에서 가장 낮은 축에 속했다”며 “2000년대 이후 40~60대 목회자가 연합하면서 부산 교회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때부턴 성도들도 ‘부산에 부흥을 달라’고 기도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성경 속 가나 혼인 잔치의 ‘물 떠온 하녀 정신’(요 2:1~10)으로 2008년 기도운동에 뛰어든 마마클럽은 부산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 28곳에 지부가 있다.

부산 내 교계 연합단체가 부성본만 있는 건 아니다. 이전에 부성본이 몸담았던 부산기독교총연합회(부기총) 등이 있다. 2006년 부기총에서 독립한 부성본은 2013년 사단법인으로 전환했다.

최근 지역사회에 알려진 부기총의 내홍과 분열을 두고 부성본은 지난 2020년 “분열된 단체들이 성시화를 이용치 않도록 어떤 단체도 지지 및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 “부기총의 분열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회 연합의 모델이 돼 온 부산에 안타까운 일”이라고 첨언했다. 성창민 부성본 사무총장은 “지금도 우리의 기조는 동일하다”고 밝혔다.

부성본은 올해 9월 8일 열리는 ‘2024해운대성령대집회’를 준비 중이다. 10년 만에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여는 대형 집회다. 성 사무총장은 “2020년 이전에도 집회 준비를 했으나 코로나19로 무산된 바 있다”며 “부산의 모든 교회가 하나 돼 건강한 공교회를 세워가는 자리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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