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신앙과 문화] 영화 ‘나의 올드 오크’를 보고… ‘함께 먹을 때 더 단단해질 교회’

[오늘, 신앙과 문화] 영화 ‘나의 올드 오크’를 보고… ‘함께 먹을 때 더 단단해질 교회’

입력 2024-02-0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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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가 하나님의 문화명령을 수행해 하나님나라를 확장해가는 선교사역을 돕기 위해 설립됐다. 대중문화의 역기능으로부터 교회의 정체성을 지켜내고, 나아가 올바른 기독교 문화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글을 한 달에 한 번 소개한다.

영화 ‘나의 올드 오크’는 희망이 없는 것처럼 보일 때도 서로 연대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부족하지만 그것마저도 나누려 할 때 훨씬 더 강해지고 단단해질 수 있다고 한다. 영화사 진진 제공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2회 및 심사위원상 3회에 빛나는 세계적인 거장 켄 로치(Ken Loach) 감독의 신작 ‘나의 올드 오크(The Old Oak)’가 개봉했다. 그는 수십 년간 많은 작품을 만들었는데 주로 노동자 빈민 노숙자 등 약자들의 삶을 담은 ‘사회적 사실주의’를 주제로 다뤘다. 특히 직전 작 ‘나, 다니엘 블레이크’와 ‘미안해요, 리키’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 안에서 내몰리고 있는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동시에 켄 로치만이 가진 사랑과 희망이라는 따뜻한 시선을 담아 관객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주었다. 그는 은퇴작 ‘나의 올드 오크’를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이렇게 당부하는 듯하다. 희망이 없는 것 같을 때 연대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부족하지만 그것마저 나누려 할 때 더 강해지고 단단해질 수 있다고.

“함께 먹을 때 더 단단해진다(When you eat together, you stick together).” 영화는 2016년 영국 북동부 작은 폐광촌이 배경이다. 어느 날 마을에 시리아 난민을 태운 버스가 도착하고 한순간에 마을 사람들과 난민들은 이웃이 된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난민을 향해 무차별적 비난과 혐오를 쏟아낸다. 그런데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펍인 ‘올드 오크’를 운영하는 ‘TJ’만큼은 난민 소녀 ‘야라’를 우호적으로 대한다. 어느 날 야라는 TJ가 보여준 과거 마을 사진을 보고 그들을 조금 이해하게 된다. 탄광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모여 살았던 이 마을은 1984년 정부로부터 탄광 폐쇄 조치를 받았고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고 사회의 가장자리로 내몰리게 됐다.

마을은 삶의 활력과 의욕을 잃었고 사람들은 가난과 소외 속에서 피폐해졌다. 야라는 사진 한 장을 통해 과거 마을 사람들이 “함께 나눠 먹을 때 우리는 더 단단해진다!”는 구호를 내세워 서로 연대하고 저항했다는 것을 보고 영감을 얻는다. 그리고는 TJ에게 제안을 한다. ‘올드 오크’의 오랫동안 닫혀있던 작은 공간을 개방해 ‘함께 먹기’를 하자는 것이다. 그들은 한 주에 몇 번씩 음식을 모아 마을 주민과 난민 아이들을 초대해 음식을 함께 먹는다. 이 일로 마을 사람들과 난민들은 한 줄기 희망을 발견한다.

“삶이 힘들 때 우린 희생양을 찾아. 약자를 탓하는 게 쉬우니까.” 하지만 이를 못마땅해하는 몇몇 마을 주민들의 방해로 이 공간은 문을 닫게 된다. ‘올드 오크’의 오랜 단골이기도 한 그들은, 안 그래도 팍팍하고 가난한 삶에 찾아온 난민들이 싫다. 자신의 마을, 자신의 공간, 자신의 먹을 것과 가진 것을 나눠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불만을 갖고, 마치 자신들이 불행한 이유가 모두 난민 때문인 것처럼 행동한다.

그런데 이 모습에서 왠지 모를 기시감을 느낀다. 우리가 살아가는 한국 사회도, ‘작은 파이 조각을 나눠 가져야 한다’는 불만 때문에 벌어지는 갈등이 많기 때문이다. ‘내 것’ 하나 제대로 갖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꾸 약자를 배려하고 무엇인가 나눠야 한다는 것에 부당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심각한 것은 교회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종종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함께 나눠 먹기는 우리가 가진 음식이 많기 때문에, 나와 내 가족은 배부르기 때문에 실천하는 그런 일이 아니다. 배고픈 이웃들의 사정에 관심을 갖고 그들과 함께 먹기를 통해 서로 위로하고 치유하며 힘을 합칠 때 우리는 더 건강하고 단단해질 수 있다. 영화는 지속적으로 함께 나눠 먹을 수 있는 ‘공적 공간’의 필요성도 말한다.

“과거에는 그런 공간이 교회였지만 지금은 다 사라지고 없다”는 대사는, 마치 교회가 이 일에 관심 두고 실천해야 하지 않겠냐는 질문처럼 느껴진다. 유대 사회에서 변두리로 밀려났던 사람들을 예수님께서는 함께 먹기의 식탁으로 초대해 주셨다. 약자들을 희생양 삼아 차별하던 이들을 향해 예수님께서는 함께 먹기의 식탁을 몸소 보여주셨다. 함께 먹기에는 많은 의미가 있다. 주변 이웃들에게 단순히 ‘교회에 나오라’는 복음의 초대뿐 아니라 그들의 실제적인 삶의 문제와 애환에 대해서도 힘이 될 수 있는 역할이라 하겠다.

임주은 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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