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연속기고 ①] 아이·부모가 행복한 세상 만들자

[저출산 연속기고 ①] 아이·부모가 행복한 세상 만들자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

입력 2024-02-08 04:06 수정 2024-02-08 09:11

“경기도에서 서울로 시외버스를 타고 출퇴근해요. 한 시간 반 동안 서서 오는데 도저히 아이를 가질 엄두를 못 내겠어요.” “육아휴직 제도가 있어도 중소기업에서는 이용할 수 없어요. 육아휴직급여도 최대 150만원인데 이 정도로는 오래 휴직하기 어려워요.”

보건복지부가 결혼과 출산에 관한 국민들의 인식을 듣기 위해 개최한 ‘패밀리스토밍’ 간담회에서 나온 이야기다. ‘패밀리스토밍’은 아이를 갖지 않은 부부, 아이가 하나인 부부, 육아휴직 중인 아빠 등 다양한 가족이 모여 결혼과 출산에 관해 느끼는 생각을 브레인스토밍하듯 자유롭게 나눠보자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다.

간담회에서 아이가 없는 사람이나 아이가 여럿 있는 사람 모두 “아이를 낳아 키우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아이가 없거나 적은 것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입을 모았다. 출산율이 개개인의 합리적 선택이 모인 결과라고 볼 때 한국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1명 이하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건 시사하는 바 크다. 선택의 배경에 ‘아이 낳아 키우기 어려운’ 환경이 있다는 뜻이다.

저출산 위기가 심각하다고 하지만 정책을 처음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우리 사회가 인식하는 위기감은 오히려 더 줄어들었다고 느낀다. 2005년 출산율 1.09명을 기록했을 당시에는 전 사회적으로 인구 위기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해 현재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발족했고,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인 ‘새로마지플랜’을 수립했다. 현재 우리 사회의 저출산 지표들은 더 악화됐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마치 ‘서서히 끓어오르는 냄비 속 개구리’와 같이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정해진 미래로 가고 있는 듯하다.

그동안 정부는 무엇을 했느냐는 지적도 많이 받는다. 정부는 2006년부터 2022년까지 17년간 저출산 분야에 323조원의 예산을 투자했다. 그러나 그 사이 출산율은 1.09에서 2022년 0.78까지 계속 떨어졌다. 노력 여부와 상관없이 암울한 인구 전망을 마주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 당국자로서 국민들께 죄송하고 면목이 없을 따름이다. 정부는 현재 특단의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의 노력과 함께 기업과 사회, 가정도 ‘아이와 부모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앞으로의 연재를 통해 외국의 저출산 극복 사례, 양육과 돌봄, 일·육아 병행이 가능한 직장문화, 가정 내 엄마·아빠의 가사 분담, 난임과 건강, 주거 지원 등의 정책 방향을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이 연재를 통해 사회 곳곳의 변화와 노력이 모여 우리나라가 지속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희망에 찬 아이들이 행복을 꿈꾸는 미래를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