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카드 발급해야 중도금 대출? 빈축 산 은행

[단독] 카드 발급해야 중도금 대출? 빈축 산 은행

대단지 아파트서 ‘카드 끼워팔기’
입주 예정자들 “실적 맛집이냐” 불만

입력 2024-02-01 04:06

“깜빡 속았다.” A씨(34)는 최근 분양받은 아파트 중도금 대출을 신청하러 갔다가 은행에서 일명 ‘꺾기’를 당했다고 토로했다. 꺾기는 대출 등을 미끼로 금융상품 가입을 권유하는 행위다. A씨는 “처음에는 신용카드까지 있어야 중도금 대출 심사가 가능한 것처럼 얘기해서 가입하게 하더니 사람들이 항의하자 그제야 그냥 권유였다고 말을 바꾸더라”며 분개했다.

신한은행 서울 한 지점이 지난 28일 한 대단지 아파트 중도금 대출을 취급하며 신용카드 발급이 꼭 필요한 것처럼 끼워팔아 빈축을 사고 있다. 입주 예정자들이 모인 오픈채팅방(단톡방)도 발칵 뒤집혔다. 이들은 “공동명의라고 하니 둘 다 카드가 필요하다고 해 결국 발급받았다” “강제로 발급 당한 것 같아 찝찝하다” “은행원들 실적 맛집”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대출자의 의사에 반해 다른 금융상품 계약 체결을 강요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금융사가 대출해준다는 우월적 지위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보통 예·적금과 보험, 펀드 등이 ‘끼워팔기’ 단골 상품이다. 금융감독원은 2015년 은행들의 꺾기 관행을 ‘민생침해 금융악’으로 규정하면서 아파트 중도금 대출 취급 시 끼워팔기식 신용카드 발급을 권유하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고 알린 바 있다.

특히 중요한 건 ‘대출자의 가입 의사’다. 이 지점은 현장에 ‘중도금 대출 심사 시 통장, 카드, 인증서가 필요하다. 오늘 서류 작성 전후로 여기에서 신청하라’고 적은 입간판을 세워놨다. 대출 경험이 적은 금융소비자가 심사를 위해 카드가 필요한 것으로 오해하게 만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입주 예정자 단톡방에서는 “신한은행은 대출이 가능한 신용도인지를 카드 발급으로 대체해 진행한다고 했다”는 경험담이 공유되기도 했다.

그러나 카드 발급과 집단 대출은 아무런 연결 고리가 없다. 일반 대출은 카드 발급 시 금리 인하가 가능할 수 있지만 중도금 집단 대출은 아무 혜택이 없다. 은행 지점이 대놓고 실적 챙기기를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A씨는 “카드를 신규 발급하며 추천인 이름에 해당 지점 직원 이름을 넣었다. 연회비는 포인트로 넣어줄 테니 언제 해지해도 상관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입주 예정자들을 비롯한 현장 고객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해당 지점은 현재 카드 발급 권유를 중단한 상태다. 신한은행 측은 “해당 지점이 영업 목적으로 신용카드 발급을 권유한 건 맞지만 대출 조건부 발급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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