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 안 되면 ‘괴물’로 치부하는 시대, 아이들이 보고 있어”

“이해 안 되면 ‘괴물’로 치부하는 시대, 아이들이 보고 있어”

‘괴물’ 고레에다 감독 내한
영화 인기 이야기 힘 덕분
방관, 편견도 아이에게 나빠

입력 2024-02-07 04:03 수정 2024-02-07 04:03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이 국내에서 50만 관객을 돌파하며 비(非) 상업영화로는 이례적인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다.

영화의 흥행 감사 인사차 한국을 찾은 고레에다 감독은 5일 서울 강남구 영화배급사 NEW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완성된 영화를 보고 함께 작업한 사람들이 정말 잘 해냈다는 것을 실감했다. 무엇보다 이야기와 전개 방식,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힘이 굉장히 컸다”며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에게 공을 돌렸다.

‘괴물’은 초등학생 아들 미나토(쿠로카와 소야)의 행동에서 평소와 다른 이상한 느낌을 받은 싱글맘 사오리(안도 사쿠라)가 담임교사와 아들의 친구 요리(히이라기 히나타)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마주하는 이야기다. 영화는 아동학대와 교권 등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지며 개봉한 지 2개월가량이 지난 지금도 ‘N차 관람’ 열풍을 이어가는 중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어른들의 무관심과 편견이 아 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걸 영화를 보면 서 알아차리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무심코 한말이 아이들로 하여금 ‘내가 괴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게 한다는것이다. 미디어캐슬 제공

고레에다 감독은 “한국에서도 최근 교권과 관련된 일들이 있었고 프랑스에서 개봉할 때도 집단 따돌림으로 아이가 비관적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다”며 “이 영화를 2018년 12월에 기획했는데 개봉하기까지 세계 곳곳에서 분열을 상징하는 일이 일어나 마치 이 영화가 현재 사회를 그리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들에 대해 포기하고 그걸 ‘괴물’이라 치부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었다. 사카모토 유지가 시대의 위기의식을 먼저 안 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라고 덧붙였다.

영화는 다른 이를 괴롭히는 데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고 그런 상황을 방관하는 사람들 역시 ‘괴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고레에다 감독은 “아예 인간성을 잃어버린 인물을 가리켜 ‘괴물같다’고 말하는 건 아주 쉬운 일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소년들을 궁지로 몰아가는 사람들은 오히려 부모나 교사”라며 “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마치 자신의 생각이 일반적인 듯이 편견에 사로잡인 말들을 내뱉는데 이것이 가진 동조압력이 아이들에게 ‘남들과 똑같은 말을 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뜻 보면 평범해 보이는 어른이 아이들로 하여금 ‘내가 괴물일지도 모른다’고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많은 관객들이 알아차리면 좋겠다. 영화 포스터에서처럼 아이들이 뒤돌아 우리를 쳐다본다고 느끼게 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두 소년이 밝은 햇살 아래서 뛰어가는 마지막 장면은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과 어우러져 깊은 여운을 남긴다. 고레에다 감독은 해당 장면을 찍을 상황에 대해 “두 배우에게 ‘우리는 우리로서 충분히 괜찮다’는 사실을 스스로 축복하라, 소리질러도 되고 뛰어올라도 되니 기뻐하라고 이야기했다”며 “사카모토 류이치가 자신의 딸이 태어났을 때 축복하는 마음을 담아 만든 ‘아쿠아’가 배경음악으로 사용됐다. 촬영할 때 내게도 축복이라는 단어밖에 생각나지 않았다”고 돌이켰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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