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에겐 친절, 말기는 싸늘… 결국 자본주의의 폐해

암 환자에겐 친절, 말기는 싸늘… 결국 자본주의의 폐해

[박중철의 ‘좋은 죽음을 위하여’]
③ 호스피스 병동 꺼리는 대학병원

입력 2024-02-12 22:16

지난 5년간 서울의 빅5 병원에서 진료받은 지방의 암 환자는 100만명을 넘었다. 지방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암이 발견되면 몇 달을 기다려서라도 치료는 서울에서 받는 것이 하나의 공식이다.

자본주의 시장 논리가 지배하는 대한민국에서 서울 대형병원들은 수도권 환자 집중으로 인한 지방 의료 소멸을 걱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더 이상의 치료가 불가한 말기 암환자의 남은 삶 역시 그들의 관심 밖이다. 대기 중인 환자들은 넘쳐나기에 쫓겨나듯 퇴원이 요구된다. 말기 암환자들은 하루하루 상태가 다른데도 퇴원 약은 두세 달치 한 보따리를 건넨다. 그리고 작별 인사는 “집 근처 호스피스 병원 알아보세요”다.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는 대형병원은 극히 드물다. 서울에만 대학병원과 그 분원이 약 30여 개에 이르지만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는 대학병원은 단 3곳뿐이고 모두 종교 재단 소속이다.

대형병원들이 호스피스 병동을 기피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말기 환자 돌봄은 요양병원에서나 해야 할 수준 낮은 의료라는 것이고, 둘째는 수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기 암 환자라고 해서 공기 좋은 시골에서 요양하는 모습을 떠올리면 오산이다. 온 장기에 퍼진 암으로 그들은 출혈, 감염, 발열뿐 아니라 극심한 통증과 호흡곤란을 겪는다. 따라서 증상 조절을 위해 고도의 의료가 필요하고 어쩔 수 없이 대학병원을 떠나지 못한다. 죽음의 질은 고려하지 않은 채 온갖 호스들이 몸에 꽂히면서 만신창이가 되어 중환자실에서 죽음을 맞는다. 대학병원들은 그래서 더더욱 호스피스 병동 운영을 피하는지도 모르겠다. 같은 증상 완화 치료를 하더라도 호스피스 병동이 아닌 중환자실을 이용하면 더 큰 수익이 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인 75%가 병원에서 죽는데도 병원에는 임종실이 없고, 대부분 암 환자가 대형병원에서 치료받다 말기가 되는데도 호스피스 병동을 마련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암 환자의 호스피스 이용률은 23% 남짓이다. 영국은 90%가 넘는다. 분원을 짓고 첨단 장비를 확충하는 것에만 열 올릴 것이 아니라 그 수익 일부를 호스피스 병동 운영과 임종실 설치에 환원하는 것은 도의적 책무다. 언제까지 대형 대학병원들은 치료 암 환자에겐 친절하고, 말기 환자에겐 ‘싸늘’할 것인가.

가톨릭의대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교수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