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TX 주가조작 의혹 점화… 전 임원, 금감원 신고

[단독] STX 주가조작 의혹 점화… 전 임원, 금감원 신고

전 임원 “자전거래 통해 주가 띄워”
4000원 주가 6개월새 4만원대로
STX측 “악의적 공격 사실무근”

입력 2024-02-14 00:03 수정 2024-02-14 00:03
연합뉴스

㈜STX의 대주주가 외국 자본세력과 공모해 주식 시세를 조종하고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STX 주가는 지난해 3월 4000원에서 같은 해 9월 4만원대로 10배 이상 폭등했다. STX 최대주주로 있는 사모펀드는 지난해 8월 주가가 크게 올랐을 때 보유 지분을 대량 처분했다. STX 계열사 전 임원 A씨는 “당시 주가 급등은 자전거래를 통한 주가 조작”이라며 최근 대주주 등을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STX 측은 “악의적인 공격이며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A씨가 지난 8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STX 주가조작 의혹 관련자들을 금감원에 신고한 내용에 따르면 STX 주요 임원과 외국계 투자회사 등은 공모해 주가를 조작, 부당이익을 챙겼다. 시세조종 세력으로는 STX의 최대주주인 APC머큐리(사모펀드)와 외국 국적의 B씨, 외국계 투자회사 C사 등이 명시됐다. STX 주요 임원 3명도 공모자로 적혀 있다.

A씨는 C사가 지난해 STX 주식을 확보한 후 5~8월 자전거래를 통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띄웠다고 주장했다. 자전거래는 같은 투자자가 자기 혼자 매도·매수 주문을 내는 대표적인 주가조작 행위다. A씨는 C사가 처음 STX 전환사채(CB)에 투자하기 시작했던 2019년 내부 회의에서 당시 STX 한 임원이 A씨에게 “C사는 STX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들어온 외국의 전문조직”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실제 C사는 지난 2020년 4월 STX의 CB에 100억원을 투자했고, 지난해 5월 8일 이를 주식으로 전환해 STX 주식 220만7505주를 주당 4530원에 인수했다. C사는 지난해 8월 8일 이를 주당 1만7581원에 전량 매도해 288억원의 이익을 실현했다. 특별한 호재 없이 급등했던 STX 주가는 지난해 9월부터 급락세를 보였다. 이날 1만130원에 마감했다.

STX의 홍콩법인 STX ASIA가 주가조작 외부세력으로 가담했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됐다. STX는 지난 2018년 12월 홍콩에 STX ASIA를 설립했고, 현재까지 총 1000만 달러를 출자했다. A씨는 당시 STX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거액을 홍콩법인으로 보내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갖는 직원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A씨는 홍콩법인으로 넘어간 1000만 달러가 매년 C사가 보유한 CB의 주식전환 시점 1~2개월 전 주가 부양 목적의 자전거래 자금으로 쓰였다고 추정했다.


STX 최대 주주인 APC머큐리도 지난해 8월 22~24일 3거래일 동안 STX 전체 주식의 5.38%에 달하는 165만9775주를 2만6010~3만2448원에 장내 매도했다. 2018년 주식 취득을 위해 총 702억원을 투자했을 때 기준 주당 4150원보다 6배 이상 가격에 주식을 팔아 440억원의 이익을 실현했다.

STX는 재계 서열 11위까지 올랐다가 2013년 해체된 STX그룹의 지주회사였다. AFC코리아(현 APC머큐리)가 지난 2018년 경영권을 인수했다. 현재는 종합상사를 표방하며 이차전지, 친환경 사업 등을 하고 있다.

STX 측은 주가조작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STX 고위 임원은 “C사는 단순 투자자이며, STX AISA 역시 금속거래 사업 목적으로 설립했으며, 준수한 실적을 내고 있다”며 “주가조작 행위는 단연코 없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신고 내용을 분석 중이며 조사 착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STX 대주주는 “C사는 4년 넘게 투자한 장기투자자이고, STX ASIA 설립 출자금이 한국으로 들어온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회사의 주가가 급등한 건 인적분할 공시 때문이었으며, 분할 재상장 시점까지 주가가 크게 상승하고 이후 하락하는 일반적인 흐름을 보였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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