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연속기고 ②] 왜 초저출산 국가가 됐나

[저출산 연속기고 ②] 왜 초저출산 국가가 됐나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

입력 2024-02-15 04:02

설이 지나갔다. 예전 시골에서는 설이 되면 양지바른 공회당 담 아래 많은 아이들이 서울에서 오는 형이나 언니들을 반겼는데 이제는 썰렁한 모습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출산율은 0.78명이고, 추계치이기는 하나 2025년에 0.65명까지 하락한다고 한다. 한국은 2018년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유일하게 0명대의 극초저출산이 지속하고 있다.

원인은 무엇일까. 이철희 서울대 교수 논문(2022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12~2021년) 출생아 감소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은 ‘결혼하지 않는 것’(48.1%)이었고, 둘째로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거나 한 명을 낳아도 두 명을 낳지 않는 것’(40.6%)이었다. 특히 30대 미혼율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 컸다.

청년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기까지 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첫째로 취업을 하고 소득이 있어야 하는데, 청년이 선호하는 대기업·공공부문 정규직 등 안정적 일자리는 전체의 20% 수준이다. 15~29세 청년층의 비정규직 비중은 2003년 31.8%에서 2022년 41.4%로 증가했다.

주택 마련이 점점 어려워지고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는 것도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다.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청년들은 “25평은 되는 아파트”를 원한다고 했다. 신혼부부 89%가 대출을 했고 그 액수도 1억6400만원이었다. 주택 구입과 담보대출의 이자 상환 부담이 매우 크다. 결혼비용도 부담이다.

결혼을 위한 장애물을 넘었다고 해도 아이를 낳는 데는 또 장애물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난임 문제다. 2022년 기준 한국 평균 결혼연령은 남성 33.7세, 여성 31.3세다.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난임 시술도 늘어나고 있다. 난임 시술로 출산한 아이는 전체 출생아의 9.3%에 달한다.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현실도 출산을 주저하게 만든다. 육아휴직 같은 일·가정 양립제도는 선진국 수준으로 잘 갖춰져 있으나 실제 사용률은 높지 않다. 그마저도 대다수가 대기업인 경우이고 여성이 주로 사용하고 있다. 돌봄제도가 갖춰져 있는 데다 기본적인 돌봄비용은 무상이지만 집 근처에 믿고 맡길 만한 시설이 부족하거나 아이 돌보미를 신청하고도 기다려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다.

이렇듯 저출산은 일자리와 주거, 양육비용, 그리고 문화적인 요인까지 복잡하게 겹치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한 번에 해결할 순 없지만 반드시 풀어야 하는 문제라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다시 청년의 문제로 돌아가서 생각해본다. 저출산의 원인을 요약하면 청년이 지금의 생을 불행하다고 느끼기 때문은 아닐까. 청년이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껴야만 이 행복을 내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그래야만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