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국립극단 차기 예술감독

[내일을 열며] 국립극단 차기 예술감독

장지영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입력 2024-02-15 04:07

지난해 11월 9일로 김광보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이하 예술감독)의 임기가 만료됐다. 하지만 3개월 넘도록 후임 단장 자리가 공석이다. 이 때문에 늦어도 지난해 12월 하순에 발표했어야 할 2024년 국립극단 라인업은 한 달여 늦은 지난 1월 말 발표했다. 공석이던 공연기획팀장도 결국 원활한 작품 제작을 위해 더 비워둘 수 없어 사무국장의 예술감독 대행 체제에서 최근 공모로 뽑았다.

국립극단의 비정상적인 상황은 예술감독 임명권을 가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하지 않고 있어서다. 국립 예술단체 가운데 국립극장 전속인 국립무용단, 국립창극단,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예술감독은 공모를 통해 선정한다. 국립극장장이 위촉한 5~7인의 심사위원회가 최종후보 2명을 선발하면 문체부 장관이 결정한다. 이에 비해 재단법인으로 독립된 국립극단,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국립현대무용단, 국립합창단의 예술감독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는 문체부에서 공모 없이 바로 임명한다. 문체부 공연전통공연예술과에서 해당 분야 전문가들에게 추천받아 최종후보 2명을 선정한 뒤 장관이 결정한다고 하지만 그 과정을 전혀 알 수 없다.

그나마 2020년 10월 국립극단 예술감독으로 김광보 연출가를 임명할 당시 문체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7월부터 연극 분야 전반을 아우르는 인사자문단(총 12명)을 구성했다. 이후 자문위원별 1대 1 개별 심층면담을 통해 후보자를 선발하고, 후보자들의 예술성과 행정·소통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종적으로 김광보씨를 임명하게 됐다”고 밝힌 게 유일했다. 당시 적폐청산을 내걸고 출범한 문재인정부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문제에 강하게 저항한 연극계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치권의 진영 논리가 문화예술계에도 작동하면서 국립 예술단체 예술감독 임명에 강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선 캠프 출신이거나 정치권과 가까운 예술가들이 국공립 문화예술 단체나 기관의 수장으로 내려온 사례들이 적지 않다. 이런 작태는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현재 국립극단 예술감독 자리가 3개월 넘게 공석인 이유로 크게 두 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첫 번째가 윤석열정부의 ‘코드 인사’다. 지난해 말 김 감독 후임으로 연출가 A씨가 임명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된 배경으로 신원조회 과정에서 윤석열정부의 코드와 맞지 않아서였다는 해석이 많다. 두 번째는 이 자리가 ‘독배’와 같기 때문이다. 물론 국립 예술단체의 수장은 명예로운 자리다. 하지만 국립극단은 재단법인화 이후 첫 예술감독인 손진책 연출가가 임기 말 블랙리스트 사태에 휘말린 이후 그 후유증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블랙리스트가 세상에 드러난 지 8년이 넘었지만 지난해 10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국립극단 사례집’이 발간된 데 이어 당시 검열 피해를 본 예술가들이 국가와 국립극단을 상대로 낸 소송이 현재 진행 중이다. 이런 복잡한 상황 때문에 국립극단 예술감독으로 추천받은 후보자들이 대부분 고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례처럼 국내에서 국립 예술단체 예술감독 선임 논란이 나올 때마다 임명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금처럼 문체부가 임명권을 독점한 현재 시스템에서는 정치권의 입김 속에 밀실 인사와 낙하산 논란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우리도 국립 예술단체 이사회에 외부 전문가들을 더해 예술감독 선정 위원회를 구성한 뒤 후보 심사를 하면 어떨까. 예술계가 요구하는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

장지영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