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5년 만에 일본에 뒤처진 성장률, 총선 후가 더 걱정이다

[사설] 25년 만에 일본에 뒤처진 성장률, 총선 후가 더 걱정이다

입력 2024-02-16 04:03

일본식 장기 불황을 뜻하는 ‘잃어버린 30년’의 전철을 우리가 밟을 리가 있겠느냐며 설마 하던 일이 눈 앞에 다가왔다. 일본의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9%로 얼마 전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 성장률(1.4%)을 0.5%포인트 추월했다.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 이후 25년 만에 일본에 뒤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일본 경제가 장기 저성장과 엔화 약세 때문에 독일에 밀려 55년 만에 세계 4위로 주저앉는 와중에 우리 성장률이 일본에 뒤처졌다는 점이다. 일본 경제가 좋아져서가 아니라 한국이 더 나쁜 성적을 기록했다는 건 최악의 경고등이 켜졌음을 뜻한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두 나라 간 경제성장률 역전에 대해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며 저출산·고령화와 생산성 및 경쟁력 저하 문제를 꼬집었다. 단순히 증시부양을 위한 일본식 밸류업 프로그램 베끼기에 나설 계제가 아닌 것이다. 지난해 금융위기 같은 대형사건이 없었음에도 1%대 초반 성장에 그친 건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저질로 변했음을 의미한다. 대한상의는 2023~2024년 잠재성장률을 1.9%로 추정했는데 2011년의 3.8% 이후 줄곧 내리막길만 걸은 국가는 38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전통 주력 산업인 전자·화학·전기장비 분야 성장률이 1970년대 19.3%에서 2010~2022년 3.4%로 추락했는데 한국식 성장엔진이 기력을 다했음을 뜻한다. OECD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2%로 낮춘 반면 세계 성장률을 0.2%포인트 높은 2.9%로 상향한 건 러시아와 이스라엘이 주도하는 전쟁 등 외부요인을 저성장 원인으로 탓하기에도 민망해진 상황이 됐다.

정치권은 여야 없이 총선에 올인하며 수십조원의 세수 펑크를 아랑곳하지 않고 ‘빚 늘리기 공약’만 남발할 뿐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재정여력마저 소진시키다 총선 후 몰려올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할지 답답할 뿐이다. 공약 심부름에만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는 최상목 경제팀의 존재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혁신을 주도하고 역동성을 살릴 묘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