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민의 사이언스&테크놀로지] ‘서울~부산 1시간’ 꿈의 초고속 열차, 언제 탈수 있을까

[전승민의 사이언스&테크놀로지] ‘서울~부산 1시간’ 꿈의 초고속 열차, 언제 탈수 있을까

입력 2024-02-20 04:05

‘바퀴’ 고속열차 시속 300㎞ 한계
뜨는 자기부상열차 中서 운행 중
시속 500㎞ 초전도 日 개통 눈앞
‘저항 0’ 하이퍼루프 실용화 주목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개발 중인 한국형 하이퍼루프 하이퍼튜브의 모습.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제공

교통수단은 속도가 빠를 때 그 가치가 증가한다. 특히 철도시스템은 많은 사람을 안전하고 빠르게 운송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신기술이 개발될 때마다 발 빠르게 적용하며 끊임없이 속도를 높여왔다. 증기기관이 개발됐을 때 가장 먼저 적용한 것이 ‘기관차’였고 내연기관이 개발되자 디젤 기관차가 상용화됐다. 이후 전기모터 기술이 등장하고, 현재 대부분 열차는 ‘전동 기관차’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철도의 전동화는 다시 ‘KTX’ 등 고속열차를 낳았다. 최고시속 300㎞ 초반의 열차는 이미 당연한 것이 됐다. 하지만 수십 년째 그 이상의 진보를 이뤄내지는 못했다. 더 빠르고, 더 쾌적한 열차를 도입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고속철 속도 시속 300㎞에 그치는 이유

KTX의 상용 최고속도는 시속 305㎞다. 서울과 부산을 2시간 남짓에 돌파한다. KTX가 처음 개통된 건 2004년. 이미 20년이 지났다. 그 이후 여러 후속 모델이 도입됐지만, 여전히 실용 운행속도는 300㎞ 정도에 그친다. 열차 강국 일본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1964년 도쿄 올림픽에 맞춰 최고속도 시속 320㎞의 ‘신칸센(新幹線)’을 선보였지만 60년째 그 이상 속도를 높이지 않고 있다.

물론 그 이상으로 속도를 끌어 올리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운영상 문제가 생길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 많다. 열차 바퀴는 철로 만들어지며 다시 철로 만든 레일 위를 굴러간다. 속도가 너무 빨라지게 되면 열차 바퀴가 헛돌면서 쇠가 깎여 나가는 ‘플랫’ 현상이 심해진다. 물론 바퀴와 선로를 자주 점검하면서 억지로 운영해볼 수는 있겠지만 사고위험이 커지고 경제적으로도 실용성이 떨어진다. 중국은 고속열차 ‘CRH3’를 시속 350㎞로 운영하다가 실제 운행속도를 다시 300㎞ 내외로 낮췄다. 이후에 최고속도 시속 420km에 달하는 CR400 시리즈를 개발했는데, 상용운행 최고속도는 350㎞에 맞추고 있다. 이 밖에 프랑스, 일본 등도 시속 400㎞를 넘는 초고속 열차를 개발한 바 있지만, 막상 운행 중인 고속열차의 속도는 대부분 시속 300㎞ 내외이다. 국내 상황도 비슷하다. 최대 속도 시속 430㎞에 달하는 고속열차 ‘해무’를 개발했지만 상용화하지 않고 있다. 대신 해무의 기술을 채용한 ‘KTX-이음’을 시속 260㎞의 속도로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을 써야 열차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을까. 바퀴가 문제가 된다면 공중에 떠서 다니면 된다. 바로 자기부상열차이다. 현재 시속 400㎞를 넘는 속도로 운행 중인 열차는 한 종류가 있다. 중국 푸둥 국제공항에서 상하이 지하철 룽양루역까지 이어지는 ‘상하이 자기부상열차’다. 독일 지멘스사의 기술로 건설됐다. 영업 최고속도가 시속 430㎞를 자랑한다. 29.863km 구간을 7분 20초 만에 주파한다.

시속 500㎞ 넘는 초고속 열차 곧 등장

자기부상열차는 자석의 힘을 이용해 열차를 공중에 띄운 채 앞으로 나아간다. 크게 나눠 도심형과 고속형이 있다. 저속으로 운행되는 도심형은 국내에도 인천공항 1터미널 역에서 용유역 사이를 잇는 구간에 설치돼 있다. 세계 최초로 도심형 자기부상열차를 실용화한 것은 일본이다. 나고야부터 후지가오카까지 8.9㎞ 구간에서 자기부상열차 ‘리니모’를 운영 중이다.

고속형도 실용화가 눈앞이다. 현재 상하이 자기부상열차가 시속 400㎞를 넘겨 고속형 자기부상열차로 구분할 수 있겠지만 관련 기술을 들어보면 아쉬운 점이 있다. 일반적인 전자석을 사용하는 ‘상전도’ 방식을 써 최대한 성능을 높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보다 성능이 더 뛰어난, 시속 500㎞를 넘는 초고속 열차를 만들려면 초전도 방식 자기부상열차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 2027년 운행을 시작할 초전도 자기부상열차 추오신간센이 시험운행을 하고 있다. 도카이여객철도주식회사 제공

제대로 된 초전도 방식의 자기부상열차도 조만간 운행을 시작한다. 일본에서 개발한 자기부상열차 ‘초전도 리니어’가 2027년 개통을 준비하고 있다. 노선의 이름은 ‘추오신칸센(中央新幹線)’. 도쿄~오사카를 연결하는 노선으로 1단계로 오는 2027년 도쿄~나고야 구간(285.6㎞)을 40분에 달린다. 시험운영 과정에서 시속 600㎞를 돌파한 바 있다.

그렇다면 현재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열차는 무엇일까. 최근 미래형 철도 ‘하이퍼루프’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하이퍼루프도 기본은 자기부상열차이다. 하지만 그 속도가 시속 1000㎞를 넘을 것으로 보이며, 음속(시속 1220㎞)을 돌파할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기존 고속열차 시스템이 시속 300㎞ 초반에 제한이 걸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기부상열차도 시속 600~700㎞ 이상의 속도를 내긴 어렵다. 공기저항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이퍼루프는 공기를 뽑아낸 인공 터널을 만들고 그 내부에서 저항을 거의 받지 않고 나아간다. 서울과 부산의 직선거리가 350㎞ 정도, 철도 노선 거리가 447.1㎞라는 것을 고려하면, 실제로 설치될 경우 서울∼부산을 20분 이내에 오갈 수 있다.

초음속 열차 하이퍼루프 개발도 한창

공기 저항을 받지 않는 하이퍼루프의 개념도. 위키피디아 제공

하이퍼링크는 전기차 회사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개념 자체는 철도 공학자들 사이에서는 수백 년 전부터 논의돼왔다. 매력적인 개념이지만, 실제로 현실화하기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수백~수천㎞에 달하는 터널을 설치하고 그 내부를 진공상태로 끊임없이 유지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겠냐는 지적이다. 막대한 투자비와 운영비를 어떻게 감당할지도 생각해야 한다. 하이퍼루프 관련해 대표적인 기업은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이 운영했던 ‘버진 하이퍼루프원’이다. 한때 4억5000만 달러(약 6012억 원)의 투자를 끌어내는 등 큰 관심을 끌었지만, 수년간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자금 부족도 심해져 지난해 말 결국 파산했다. 국내에선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관련 기술을 연구 중이다. 2009년 1월 ‘하이퍼튜브’라는 이름으로 실용화 연구를 시작했으며, 현재 전북 새만금 지역에 시범노선을 설치할지를 놓고 논의가 한창이다. 6년간 1단계 사업 진행하는 데만 6600억 원이 필요하다.

‘기술적인 검증’과 ‘현실성 높은 투자’는 다른 이야기이다. 차세대 열차 개발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차세대 고속열차를 어떤 방식으로 개발하고 어떻게 실용화시킬까. 국민이 불편함 없이 이용해야 하는 대중 교통수단을 개발하는 일인 만큼 꼼꼼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전승민 과학저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