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빚, 저기도 빚… 기업대출 증가 속도, GDP의 3배

여기도 빚, 저기도 빚… 기업대출 증가 속도, GDP의 3배

약한 고리 ‘건설·부동산’부터 휘청
부채 관리 실패땐 금융사로 불길

입력 2024-02-20 04:04
사진=연합뉴스

금융 당국이 가계부채 죄기에 집중하고 있지만 기업부채도 문제는 심각하다. 사정이 어려운 기업들이 금융사 창구로 몰리면서 최근 몇 년 대출 증가 속도가 경제 성장률보다 훨씬 빠른 모습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2019년 1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기업대출은 전 분기 대비 평균 2.81% 늘었다. 이 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평균치(0.87%) 대비 대출 확대 폭이 3배 이상 크다. 2010~2018년 평균 기업대출 증가율은 1.22%로 같은 기간 명목 GDP 성장률 평균치(1.15%)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부실기업이 받아간 대출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급증했다. 금융사가 아닌 외감(매출액 등이 일정 수준을 넘겨 회계법인으로부터 외부 감사를 받는) 기업 3만4880곳 중 이자보상배율이 마이너스(-) 10 미만인 부실기업 몫 대출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말 6.8%에서 2022년 말 11.8%로 2년 새 2배 가까이 늘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 등 금융 비용으로 나눈 지표다. 1보다 낮으면 벌어들인 돈으로 금융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 간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다. 이자보상배율이 5 이상인 우량 기업 몫 대출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말 31.7%에서 2022년 말 35.9%로 4.2% 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이자보상배율 1~5구간 기업의 대출 비중은 28.3%에서 26.6%로 1.9% 포인트 하락했다.

부실 기업대출은 최근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로 꼽히는 건설·부동산업 몫이 크다. 2022년 말 기준 부실기업 몫 대출을 업종별로 보면 전기·가스업(35.8%), 부동산업(14%), 건설업(9.9%) 순으로 높다. 전기·가스업의 경우 부실 기업대출 116조원 중 90% 이상인 109조원이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 몫이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사실상 건설·부동산업이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주요 업종 외감 기업을 대상으로 부실화(정상 기업이 완전 자본잠식 상태가 되는 것) 확률을 조사한 결과 부동산업이 21.4%로 가장 높았다. 부실화 확률이 가장 가파르게 뛴 업종은 건설업이다. 2019년 말 2.6%에서 지난해 말 6%로 2배 가까이 올랐다. 올해 들어 지난 15일까지 약 한 달 반 동안 5곳의 건설사가 부도를 냈다.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8일까지 폐업 신고한 건설사는 570곳에 이른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연착륙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을 신설해 건설사 대출 금리를 낮추고 자금난에 처한 기업에 내주는 특별 융자금 한도를 4000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도 85조원에 이르는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형 건설사→중소형 금융사→대형 금융사로 불길이 번질 수 있는 구조”라면서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이름이 꽤 알려진 건설사도 부도설에 휩싸이는 등 상황이 아주 좋지 않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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