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미술 대부·파리 관광객까지… 관람 발길 이어져

민중미술 대부·파리 관광객까지… 관람 발길 이어져

본보 제2회 아르브뤼미술상 전시회 ‘성황’

입력 2024-02-20 21:57 수정 2024-02-21 17:46
서울 도봉구의 한 미술학원 원생들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KCDF 갤러리에서 하는 제2회 국민일보 아르브뤼미술상 수상자 전시회 ‘神經(신경): 신이 다니는 길, 그 길 위의 목소리들’ 전시장을 찾아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이 전시회에는 화가, 평론가 등 전문 미술인과 일반 애호가, 관광객 등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일보 아르브뤼미술상 사무국 제공

민중미술 대부에서 파리에서 온 관광객까지….

서울 종로구 KCDF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제2회 국민일보 아르브뤼미술상 수상자 전시회 ‘神經(신경): 신이 다니는 길, 그 길 위의 목소리들’에 화가와 조각가, 사진작가, 미술평론가 등 미술인들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개막한 이 전시는 한국의 1세대 실험 미술 거장 이건용 작가의 기반으로 국민일보가 언론사 최초로 시행하는 신경다양성(발달장애) 신진 작가 발굴 공모전인데, 전문 미술인들은 단순히 복지 차원을 넘어 선정된 작가들의 작품 세계의 미학적 가치에 주목해 집중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 인사동 외국 관광객도 전시장을 들러 ‘원더풀!’을 외치고 있다.

민중미술 작가 김정헌(좌)·권순철 작가. 국민일보 아르브뤼미술상 사무국 제공

민중미술 간판 작가인 김정헌(78), 권순철(80) 두 원로 작가는 일찌감치 전시 초반인 이달 6일 나란히 전시장을 찾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을 지내기도 한 김 작가는 “발달장애 대신 신경다양성이라는 용어를 쓰고 이를 전파하기 위해 ‘신경(神經)’을 신이 다니는 길로 해석한 전시 제목이 좋다”고 말했다. 권 작가는 2016년 창간 28주년을 맞은 국민일보가 가나아트와 공동기획한 ‘권순철 : 영혼의 빛-예수’전을 하기도 했다.

이상남 작가. 국민일보 아르브뤼미술상 사무국 제공

‘그림 그리는 인문학자’ 별칭을 가진 서용선(71), 기하학적 추상화를 하는 이상남(71), 산업화 시대를 덩어리로 표현하는 조각가 정현(68), ‘그리팅맨’의 조각가 유영호(59),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허무는 사진 작가 강홍구(68), 2022년 제주비엔날레에 초대된 에코페미니즘 작가 홍이현숙(66) 등 미술계 중진들도 현장을 찾았다. 강 작가는 “기법과 소재는 달라도 시공간을 지각하고 표현하는 방식에서 작품 간 유사성이 느껴진다. 작품들이 아동화적 특성과 성인적 시각이 묘하게 교차되는 지점에 서 있어 아주 흥미롭다”고 말했다. 사진작가 원성원, 조현택 등 40∼50대 중견들의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원 작가는 “색감이 아주 밝고 세련돼 놀랐다. 비장애인 기성 작가들의 작품 세계와 큰 차이를 모르겠더라. 그럼에도 너무나 순수한 그림 세계로 인해 위로를 받는 기분이 들어 전시장에 오래 머물렀다”고 말했다.

이 전시가 대중에게 인기몰이 하는 블록버스터 전시와 달리 오히려 미술을 전문적으로 하는 작가나 평론가 사이에 회자되는 것은 세계 톱 갤러리인 페이스갤러리 전속 이건용 작가가 후원하는 상이라는 무게감과 함께 장애예술이 동시대 미술의 최전선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는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7일 심상용 서울대미술관장, 최창희 장애예술 비평가, 유화수 미술작가 겸 장애예술기획자가 발표자로 참여한 가운데 전시장에서 열린 아트 토크: 장애미학’에는 윤진섭 김찬동 등 미술평론가와 신제현 등 장애예술 기획자들이 대거 참가해 장애미학에 대해 미술계가 갖는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배리어 프리를 넘어 서는 새로운 실천 방안을 고민하는 국립현대미술관과 리움미술관의 교육 담당 학예사들도 함께 했다.

프랑스 보석 디자이너 캐롤 생 제르메(우) 부부. 국민일보 아르브뤼미술상 사무국 제공

인사동 외국 관광객도 전시장을 종종 방문하고 있다. 가족과 방문한 파리의 보석 디자이너 캐롤 생 제르메는 전시장에 관람차를 타고 낮은 시선에서 작품을 바라보는 경험을 하고는 “놀라운 전시”라며 감탄했다.

지난 18일에는 서울 도봉구 방학동 미술학원 키즈앤아트 김경은 원장이 원생들과 전시장을 찾아 “구상에서 추상까지 르네상스 이후 서양 미술사의 흐름을 익힐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2회째 공모전에서 ‘발달장애’ 대신에 ‘신경다양성’ 작가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는 공모 대상자들이 가진 뇌신경적 특성을 ‘장애’가 아닌 ‘차이’의 하나로 바라보자고 제안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공모전임에도 전시에서는 위계를 벗기 위해 수상 순서에 따라 나누지 않았다. 대신 윤곽선을 강조하는 구상 회화, 색이 주는 기쁨을 노래하는 비구상 색면 회화, 그리고 내적 감정을 표출하고 형태의 질서를 추출하는 추상 회화 등 작품 성격에 따라 3가지 섹션으로 나눠 서로 스며들듯 배치했다. 휠체어에 앉아서도 편안한 눈높이로 감상할 수 있도록 통상 보다 낮게 그림을 걸었다. 또 바퀴 달린 일명 ‘고추밭 의자’를 비치해 낮은 시선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26일까지.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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