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림택권 (25) 퇴진 운동 계획한 학생회… 진솔한 총장 고백에 데모 철회

[역경의 열매] 림택권 (25) 퇴진 운동 계획한 학생회… 진솔한 총장 고백에 데모 철회

질의 응답시간 갖고 학교 경영 방침과
나의 진심 어린 고백에 학생들도 수긍
8년 두 번의 임기 마치고 총장직 퇴임

입력 2024-02-21 03:01 수정 2024-02-2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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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택권(오른쪽) 목사가 1998년 3월 아신대(ACTS) 총장에 취임했을 무렵, 당시 ACTS 이사장이었던 김홍도(가운데) 금란교회 목사, 한철하 전 총장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당시 아신대 학생들은 학기말 시험을 거부하고 데모를 할 계획이었다. 학생회장을 비롯한 학생 대표들이 날 찾아왔다. 나는 학생들의 의견을 성심껏 들었다.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며 학교 경영방침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또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면서 총장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는 자책감과 열등감에 시달리며 지내온 적도 많다며 솔직하고 허심탄회하게 고백했다. 실제로 총장 부임 직후 가진 교수회의에서도 나는 이렇게 말했다.

“교수님 여러분을 존경합니다. 저도 미국 유학 갈 때 꿈이 학위를 받은 뒤 교수 생활을 하는 것이었는데 제 기본 실력과 가정 형편이 여의치 못해 중단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목회를 통해 삶의 현장에서 신학 내용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수십 년간 경험했습니다. 신학 공부의 목적은 목회자 양성이 아니던가요. 교수님 여러분이 체험치 못한 분야가 제게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두 분야가 잘 조화되면 한국교회가 건전하게 부흥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 같은 말을 학생들에게도 전했다. 진심이 통했는지 학생 대표들은 시간을 내줘 고맙다며 돌아갔고 그 후 이 일은 잠잠해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18년 미국에서 우연히 당시 날 찾아왔던 학생회장을 만났다. 이제는 목사님이 된 그분과 당시 일을 놓고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만약 총장님이 권위적인 태도를 보이셨다면 저희는 데모했을 겁니다” 하면서 “그런데 가만히 총장님 얘기를 들어보니 왠지 모르게 총장님이 불쌍해 보이더라고요. 한편으로는 훌륭하신 것 같고요”라고 말했다.

이후 난 2006년, 8년이라는 두 번의 임기를 마치고 총장직에서 내려왔다. 2006년 3월 1일은 내 생애에서 오랜만에 갖는 자유로운 첫날이었다. 하지만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할 일이 없었던 일상은 부담감이자 불안감을 줬다. 1955년 신학교 문을 두드리고 목회 사역을 시작한 이후부터 나는 1년을 365일이 아니라 52일이라 여기며 바쁘게 살았다. 세상 말로 하면 52일 만에 그해 승부를 봐야 한다고 여기며 살아왔다. 주일을 앞둔 목요일이면 마치 학기말 시험을 2~3일 앞둔 학생과 같았다.

오랜만의 여유를 만끽할 새도 없이 허전함이 몰려왔다. 그러다 잠깐이지만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교단에서 운영하는 선교사영어훈련원에서 강의를 하게 됐다. 많은 젊은이가 합숙하며 영어로 강의를 듣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이는 2008년 2월 19일 종교개혁의 원리를 사상으로 삼는 ‘성경적성경연구원(SSI·Sola Scriptura Institute)’ 개설로 이어졌다.

당시 아신대 동창 모임에서 정기적으로 모여 성경을 연구하며 기도하자는 의견 끝에 발족했다. 코로나 이전까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예수교회(임우성 목사)에서 매주 목요일마다 모였다. 표어는 “제자들이 요청했어요. 제자들이 원했어요. 제자들이 공부해요. 제자들이 깨달아요. 제자들이 연구해요. 제자들이 가르쳐요”이다. 제자로서 지금까지 곁에서 큰 힘이 되어주는 임우성 목사님의 아들 성민군이 초등학교 2학년 때 낸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정리=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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