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시스템 공천과 사천(私薦)

[한마당] 시스템 공천과 사천(私薦)

노석철 논설위원

입력 2024-02-21 04:10 수정 2024-02-21 04:10

우리나라 정당들은 시스템 공천을 공정함의 대명사로 활용한다. 대통령이나 당 대표, 공천관리위원장 등이 사적인 욕심을 배제하고 공정한 룰에 따라 투명하게 공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냉혹한 선거판에서 시스템 공천은 애초부터 쉽지 않다. 그나마 성공 사례는 더불어민주당의 21대 총선 정도다. 민주당은 당시 “국내 정당사 최초의 시스템 공천이었다”고 자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도 컸지만 민주당은 잡음이 적은 공천으로 180석을 얻는 압승을 거뒀다. 당시 미래통합당은 후보들을 바꾸고 뒤집는 ‘호떡 공천’에 ‘사천 논란’까지 불거져 최악의 참패를 당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시스템 공천을 내세웠지만 유승민 이재오 진영 등 박 전 대통령 눈밖에 난 의원들을 쳐내는 ‘공천 학살’의 구실로 전락했다. 참다 못한 김무성 대표의 ‘옥새 파동’까지 일어나며 선거에서 자멸했다. 당시 민주당도 문재인·안철수 내분으로 위기였으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영입하며 변신했다. 김 위원장은 ‘차르’란 별명처럼 시스템 공천 대신 전략적 판단을 우선시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우리의 공천 시스템은 5·16 군사정변 후1963년 창당한 민주공화당 때 골격이 갖춰졌다. 당시 당헌엔 “공천권은 당 총재에게 있다”고 적시됐다. 이후 3김(김대중·김영삼·김종필)에 이어 이회창 총재도 ‘제왕적 총재’로 군림했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386세력을 등용했고, 이전 총재는 김윤환 이기택 등 거물들을 뒤로하고 원희룡 오세훈 등 새 인재를 영입했다. 시스템 공천뿐아니라 누가 공천권을 사심 없이 행사하느냐도 중요한 셈이다.

최근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천(私薦) 논란으로 시끄럽다. 친명계가 비명계 의원들을 축출한 뒤 나머지 비명계와 친문 세력까지 내치려 한다는 것이다. 비명·친문계를 배제한 여론조사가 난무하고, 이 대표 친위그룹이 공천을 좌우하는 ‘밀실 사천' 의혹도 불거졌다. 여야 불문하고 지금까지 공천에서 잡음을 낸 쪽은 총선 필패였다. 이번에도 그런 공식이 맞아 떨어질까.

노석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