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밥 먹고 이야기 들어주고… 따뜻한 환대를

함께 밥 먹고 이야기 들어주고… 따뜻한 환대를

[리본(Reborn) 이단에서 본향으로] (하) 그들을 맞이하는 법

입력 2024-02-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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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음교회 교인들이 지난 4일 부산 연제구의 교회에서 예배에 참석한 이단 피해자 가족을 위로하며 환영의 노래를 불러주고 있다.

지난 4일 부산 연제구 이음교회(권남궤 목사) 예배당. 주일예배 도중 펼쳐진 특별 순서가 눈길을 끌었다. 신천지에 가족이 빠졌다는 한 피해자 여성을 환영하는 이벤트였다. 교인들은 그를 향해 두 팔을 벌려 축복의 노래를 불러줬다. 따뜻한 환대에 이 여성은 눈물을 훔쳤다. 그러자 한 교인이 다가와 어깨를 감싸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예배가 끝난 뒤 교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성경 말씀을 나누며 교제하는 시간을 이어갔다.

이음교회는 신천지에서 탈퇴한 이들이 주로 모인 공동체다. 40여명이 모인다. 이 교회를 섬기는 권남궤 목사는 한땐 신천지 간부였지만 회심했다. 누구보다 신천지 신도들의 심리와 탈퇴자의 마음을 아는 만큼 이 공동체를 꾸리게 된 것은 필연과 같았다.

권 목사는 21일 “이음교회 사역은 예배와 상담이 두 축을 이루고 있다”며 “신천지 탈퇴를 돕고 탈퇴자들이 신앙을 다시 세워가고, 예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이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최근 이음교회처럼 이단·사이비 종교 탈퇴자를 품는 공동체를 찾았다.

치료보다 안식이 우선

경기도 화성 새로운교회(차재용 목사)에는 JMS 등 이단 탈퇴자를 위한 쉼터 ‘메누하’가 있다. JMS 탈퇴자와 피해자 가족 등 매달 40여명이 모인다. 히브리어로 안식을 뜻하는 메누하는 이곳의 운영철학이기도 하다. 차재용 목사는 “탈퇴자들은 스스로 사기 피해자라 여겨 심리가 무척 불안하고 심하면 무신론자가 되기도 한다”며 “그들에겐 올바른 교리를 심어주는 것보다 같이 밥 먹고 이야기를 들어주며 안식을 주는 일이 먼저”라고 말했다. 미술치료 등 심리 상담을 통한 안식에 먼저 초점을 맞추니 정통교리는 자연스레 스며든다고 했다.

신옥주 교주를 따르는 은혜로교회에서 탈퇴한 이들이 모인 은혜로교회대책위원회(대표 이윤재)는 피해자 간 관계망을 구성해 법적 대처를 돕는다. 남태평양 피지로 집단 이주한 은혜로교회 피해자들이 탈퇴 후 귀국·정착하는 일도 돕는다.

교회 주변 맴도는 탈퇴자들

하지만 이들 단체를 찾는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아직도 많은 이단 탈퇴자들이 교회 주변을 서성인다는 얘기다. 탈퇴 공동체 현장에서 만난 이들이 토로하는 공통된 목소리는 “편견과 배척 없이 품어 달라”는 서운함과 아쉬움이 담긴 외침이었다.

신천지 탈퇴자 강형구(가명·25)씨는 “(탈퇴자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차별로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천하영(29)씨는 “거리낌 없이 신천지 탈퇴자라 밝히는 편이지만 말하고 나면 주변 반응이 달라진다”고 씁쓸해했다. 홍혜성(35)씨도 “이단에 물들었던 사람이라 여기고 거리감을 느낄 것 같아 이전에 다니던 교회는 아직 못 가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권 목사는 “한 교회에 충분히 검증된 회심자를 연결해준 적이 있다”며 “하지만 일정 기간 교회 공동체 참여를 막는 등 선입견 때문에 회심자가 상처를 받은 일도 있다”고 전했다.

탈퇴자들 끌어안는 방주 돼달라

이단 탈퇴자들은 교회가 편견을 거두고 서로 터놓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장, 안식처만 마련해줘도 큰 힘이 된다고 말한다. 천씨는 “이음교회에서는 신천지 출신임이 아무렇지 않은 분위기고 공감대도 형성되니 회복이 되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저 궁금한 게 있으면 개의치 않고 물어보는 등 색안경 끼지 않고 봤으면 한다”며 “이단하고는 말도 섞지 말라고 하는데 그들은 어떻게 가르치는지 배워 제대로 대처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홍씨도 “공동체 모임을 통해 대화하며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 자체가 회복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권 목사는 “한국교회가 이단 탈퇴자를 건강한 신앙인으로 세울 회복 프로그램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차 목사는 “이단 회복 사역자에게 일을 떠넘기기보다는 교회가 탈퇴자를 위한 방주로, 또는 기성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이 이들을 교회와 연결해주는 징검다리가 돼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부산=글·사진 임보혁 기자 김수연 박윤서 최하은 인턴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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