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대 학장들의 말 바꾸기, 의료계 집단행동 부추긴다

[사설] 의대 학장들의 말 바꾸기, 의료계 집단행동 부추긴다

입력 2024-02-22 04:03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의료계 집단행동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이 진행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전국 의대 학장들이 지난해 자신들의 정원 확대 요구가 무리한 것이었다고 이를 번복하면서 의대 증원 재조정을 요청했다. 정부는 지난해 40개 의대별로 교육 여건을 감안한 희망 정원을 조사한 뒤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했다. 당시 전국 의대의 증원 요구를 모두 합치면 최소 2150명, 최대 2850명이었다. 의대 학장들은 이제 와서 적정한 증원은 350명이라고 말을 바꿨다. 적정 규모가 350명이라는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의대 학장들의 언행이 이렇게 표변해서야 되겠는가. 의료계의 압력을 의식한 것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국립대 의대의 정원은 40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지만 교육 여건은 크게 개선됐다. 1980년대 서울대 의대 정원은 260명이었으나 지금은 135명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부산대 의대는 208명에서 125명으로, 경북대 의대는 196명에서 110명으로 각각 줄었다. 반면 교수 채용은 크게 늘어나 서울대 의대의 경우 1985년 대비 기초교수는 2.5배 늘었고, 임상교수는 3배 증가했다.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더라도 가르칠 교수들은 전혀 부족하지 않다.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의대 학장들의 태세전환은 무책임하다. 오히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과 의대생들의 동맹휴학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있다.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20일 현재 8816명으로 늘어났다. 전공의 10명 중 7명꼴이다.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은 27개 대학에 7620명에 달했다. 의사들의 밥그릇 지키기에 의대 학장부터 학부생들까지 모두 가세한 셈이다. 그러는 사이 수술 취소는 44건으로 늘었다. 입원 지연까지 포함하면 환자들의 의료 피해 신고는 100건에 육박했다.

정부는 의료계의 불법적인 집단행동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잣대는 다른 이익집단의 불법 행동에 적용하는 것과 같아야 한다. 업무개시 명령에 불응한 의사들은 사법조치 해야 한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정부가 굴복한다면 힘없는 환자와 가족들은 누가 지켜주나. 의사들을 달래기 위해 어설픈 타협을 한다면 더 어려운 개혁 과제는 포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