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아타기로 이자 아끼라더니… 은행권 다시 조이는 정부

갈아타기로 이자 아끼라더니… 은행권 다시 조이는 정부

가계부채 폭증하자 ‘은행 탓’ 돌려
금리 압박에 주담대도 다시 꿈틀
오락가락 행보… 소비자만 피해

입력 2024-02-22 04:05
게티이미지뱅크

금융 당국이 지난해 가계부채가 폭증한 것을 두고 ‘은행권의 과도한 경쟁’ 탓으로 몰아가고 있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들의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덕분에 금융 비용이 줄었다고 홍보한 얼마 전까지와 정반대 태도여서다. 은행권은 내렸던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다시 올리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관계 부처를 모아 회의를 열고 “올해 가계부채 확대 폭을 경상 성장률 내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금융권 내 과도한 대출 영업 행태가 발생하지 않는지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은행권에 “연중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퍼지면서 지나친 경쟁이 우려된다”며 “단기 이익을 위한 불필요한 경쟁을 지양하라”고 경고 신호를 보냈다. 지난해 가계 빚이 19조원 가까이 증가한 여파다. 이는 연중 51조원 증가한 주담대가 이끌었다.

은행권은 주담대 금리를 다시 높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주담대 가산 금리를 0.23% 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금융채 5년물을 기준으로 하는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 20일 기준 연 3.75~5.15%로 일주일 전(3.64~5.04%)보다 상·하단이 0.11% 포인트씩 상승했다. 신한은행도 19일 주담대 금리를 연 0.05~0.2% 포인트 인상하면서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3.51~5.52%가 됐다. 이날 우리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도 상·하단이 연 0.02% 포인트씩 올라 3.78~4.98%를 기록했다.


주담대 금리 인상은 금융 당국의 직·간접적인 압박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의 지표가 되는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오히려 하락 중이어서다. 19일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연 3.928%로 지난 14일(3.951%) 대비 0.023% 포인트 낮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부채 증가로 눈총을 받는 데 부담을 느낀 은행권이 조절하기 쉬운 가산 금리를 높여 주담대 증가 속도를 늦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그야말로 오락가락 행보다. 금융 당국은 지난달 대출 갈아타기에 주담대를 추가하면서 “먼저 출시된 신용대출 갈아타기를 통해 10만명이 넘는 차주(돈을 빌린 사람이나 기업)가 7개월 동안 금리를 평균 연 1.6% 포인트 낮췄다. 향후 (주담대가 추가된) 대출 갈아타기를 통해 더 많은 차주가 금융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면서 “은행권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더 낮은 금리의 상품을 출시하는 등 경쟁 활성화 여건이 조성된 데 의의가 있다”고도 했다. 약 한 달 새 은행권의 금리 인하를 대하는 태도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애꿎은 금융 소비자만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부채가 2000조원에 육박하도록 만든 진짜 원인인 집값은 못 잡고 은행권에 화살을 돌리는 모습”이라면서 “결혼이나 이사 등으로 새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차주만 고금리를 부담하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