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당 원로들까지 비판한 불공정 공천… 민주당, 신뢰의 위기다

[사설] 당 원로들까지 비판한 불공정 공천… 민주당, 신뢰의 위기다

입력 2024-02-22 04:02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동료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의정활동 하위 평가를 통보받은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이어 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임채정·김원기 전 국회의장 등 당 원로들이 우려를 표명했다. 정·김 전 총리는 입장문까지 발표하며 각성을 촉구했다. 의원총회는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를 성토하는 장이 됐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 자리에 아예 참석하지 않았고, 정청래 최고위원마저 회의 중 자리를 뜨면서 고성이 터져나왔다고 한다. 정체불명의 여론조사, 비선개입·밀실공천 의혹에 사태는 당내 갈등으로 끝나지 않고 민주당에 대한 신뢰 추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의 공천 잡음은 ‘친명계의 비명계 찍어내기’ 논란 속에 점점 커져가는 중이다. 하위 평가를 받았다고 스스로 공개한 윤영찬 의원은 이 대표에게 반기를 든 의원들의 모임 ‘원칙과 상식’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했다. 박 의원은 2022년 전당대회에서 대표 후보로 출마해 이 대표와 경쟁한 경력이 있다. 누가봐도 공정성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공관위는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 현역 중 하위 20%에 속한 의원 대부분이 비명계라는 소문마저 돌고있지만 공관위는 이렇다 할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의원들의 반발이 쏟아지는데도 평가 기준과 채점 내역을 본인에게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지역구 현역 의원을 배제한 여론조사를 누가, 어떤 이유로 실시했는지도 확인되지 않아 이 대표의 측근이 공천에 개입했다는 비선 의혹은 점점 커지고 있다. 정·김 전 총리가 “당의 민주적 원칙과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둘러싼 갈등은 어느 당에서나 늘 있는 일이다.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당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기존 국회의원을 대신할 새로운 후보자를 유권자에게 제시하는 것도 당연하다. 특권과 관행에 빠진 낡은 정치인을 교체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당이라면 그 과정은 민주적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제3의 정당이 자리를 잡지 못했고, 강력한 양당 체제가 굳어져 공천을 받으면 어려움 없이 당선되는 지역구도 적지 않기에 더욱 그렇다. 민주당은 공천 파문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 대표의 해명처럼 ‘환골탈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단순한 부작용’이 결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