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30년’… 日중앙은행은 어떻게 권력에 휘둘렸나

‘잃어버린 30년’… 日중앙은행은 어떻게 권력에 휘둘렸나

[책과 길] 침몰하는 일본은행?
니시노 도모히코 지음, 한승동·이상 옮김
가갸날, 374쪽, 2만2000원

입력 2024-02-22 21:30 수정 2024-02-22 21:31

1997년 11월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 총재 마쓰시타 야스오는 대장성이 기대한 금융위기 대응 기자회견을 거부했다. 2013년 1월 구로다 하리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총리의 뜻을 받아 재무상과 나란히 코로나 대응 공동담화를 발표했다. 대조적인 이 두 장면은 지난 사반세기 동안 일본은행에서 일어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일본의 경제저널리스트인 니시노 도모히코는 ‘침몰하는 일본은행?’에서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을 통과하는 동안 국가 재정을 책임지는 중앙은행이 어떻게 변질됐는지 그려냈다.

장기 침체 속에서 일본은행은 경기 부양을 하라는 지속적인 압박에 시달렸다. 압력에 밀려 일본은행은 1999년 초유의 제로금리를 결정한다. 당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한 위원은 “동화의 세계 앨리스의 나라 같은 원더랜드에 본행이 발을 들여놓게 된다”고 말했다.

2001년 일본은행은 양적완화 정책을 결정했다. “구체적인 방법이나 효과에 대해 쓰여 있지 않고, 검증도 되지 않았다” “양적완화를 끝없이 추진하면 효과는 미미한 반면 나중에 큰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하고도 정부 요구를 받아들였다.

선거에 목숨을 거는 정치인들은 끊임없이 중앙은행을 흔들어댔다. “아무리 힘들어도 통화나 금융을 만지작 거려서는 안된다”는 통치의 금기는 지켜지지 않았다. 일본은행에 대한 공격이 멈춘 것은 ‘아베노믹스’의 대리집행기관을 맡았기 때문이다. 아베는 “양적 질적 금융완화는 경제와 물가를 호전시켜 일본 경제를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게 했다”고 그 효과를 강조했다. 하지만 저자는 아베가 재임한 기간의 평균 성장률은 1.1%에 불과하고, 막대한 국가부채를 남겨 놓았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2023년 6월 기준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224%로 세계 1위다.

책은 경기를 부양하려는 정치권의 압박과 재정의 안정성을 지키려는 중앙은행 사이의 갈등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주고, 비정상적인 제로금리와 양적완화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려준다. 그러면서 전 세계의 중앙은행이 일본은행화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김남중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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