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작지만 큰 선물

[살며 사랑하며] 작지만 큰 선물

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

입력 2024-02-23 04:06

이따금 특별한 이유 없이 지인들에게 줄 소소한 선물을 고른다. 선물 받을 사람을 떠올리며 귀여운 선물을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너무 비싸면 받는 사람도 짐으로 여기게 된다. 선물은 적절히 마음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주는 마음이나 받는 마음이나 무거운 빚으로 여기지 않을 가벼운 선물. 그중 절기에 맞춤한 선물을 몇 가지 소개해 볼까.

새해에는 공깃돌 몇 개를 샀다. 붓을 사러 인사동 필방에 갔다가 우연히 판매대에 놓인 게 눈에 띄었다. 공깃돌도 플라스틱이 아니라 색동 실로 만들었는데, 반달 지갑 안에 다섯 개가 들어 있다. 앙증맞은 색색의 공깃돌. 공깃돌을 가만히 쥐는 순간, 당신은 알 것이다. 조용히 유년의 시간이 펼쳐지고 있음을. 손안에서 공깃돌을 굴려보라. 어른에서 아이로 작아졌다가 다시 시간이 확대되는 것 같은 시간의 뭉클한 촉감을 느낄 것이다.

정월 대보름을 앞두고는 부럼 주머니를 만들었다. 마 주머니에 호두나 땅콩, 은행 따위를 넣었다. 제각기 다른 모양의 열매를 본다. 이 열매들은 마치 땅의 자손이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엇비슷한 베이지색이다. 단단하고 자글자글한 뇌 같은 호두. 두 개의 동그란 방주 안에 들어가 있는 땅콩, 조그만 박 같은 껍데기 속의 은행. 저마다 다른 외피를 입고, 그 안에 열매를 맺었다. 기특하고도 신비한 생명의 결실이다. 이런 선물을 주는 이유는 보답을 바라서가 아니다. 그저 의외의 깜찍한 선물을 받아 든 이의 표정을 보는 게 좋아서, 혹은 선물을 주는 데서 오는 기쁨을 은근히 만끽하고 싶어서 주는 것이다.

이런 즐거움이 우리네 일상에 이바지하는 기쁨이 결코 작지 않음을 안다. 그동안 친구들에게 받은 선물을 찾아본다. 손수 볶은 결명자차, 작은 새 도자기 인형, 뜨개로 만든 밤톨 열쇠고리, 동백을 수놓은 동전 지갑 등 방 안의 사물이 지인들에게 받은 선물로 차곡차곡 채워진다. 작지만 큰 선물이다.

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