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만 남긴 전쟁 2년… 우크라, 영토 11% 빼앗겼다

상처만 남긴 전쟁 2년… 우크라, 영토 11% 빼앗겼다

[우크라이나 전쟁 2년]
러, 군수품 생산 전시경제 가동
GDP 4.4%↑… 서방 제재 무력화

입력 2024-02-23 00:02 수정 2024-02-23 00:02

러시아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탈세계화를 촉발한 ‘신냉전’의 기폭제로 평가된다. 지난 세기 냉전에서 패배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2위 군사강국의 존재감을 다시 부각시켰고, 전시경제 체제하에서 보유 자원의 힘으로 서방의 제재를 무력화시켰다. 우크라이나는 개전 초반 예상을 깨고 맹렬하게 항전했지만 길어지는 전쟁에 갈수록 힘을 잃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반격과 방어는 지난해 여름부터 번번이 실패했다.

24일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째 되는 날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주민을 신나치주의자들로부터 보호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군사적 확장을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특별군사작전’을 개시했다. 러시아군은 개전 9시간 만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북부까지 도달했다.

전쟁 초기만 해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조기 제압해 항복을 받아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72시간 안에 끝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조국 수호 의지는 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키이우에 남아 국민을 하나로 모았고 서방의 지원을 끌어냈다. 이후 우크라이나 북부 벨라루스 접경부터 남부 흑해 연안까지 965㎞에 이르는 전선에서 점령과 탈환을 반복하는 공방이 2년간 이어졌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산하 밸퍼과학·국제관계센터는 개전 첫날부터 지난 20일까지 104주간 양국 피해 현황을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내총생산(GDP)은 전쟁 전보다 25% 하락한 반면 러시아 GDP는 지난 2년간 4.4% 증가했다. 전시에도 경제를 부양시킨 것이다. 러시아 GDP는 개전 첫해 서방의 자금 동결과 기업 이탈로 역성장했지만 지난해부터 완만한 성장세로 돌아섰다. 서방의 제재를 교묘히 피해가며 중국과 인도 등 비(非)서방국에 원유를 값싸게 팔아넘기고, 민간기업에서 군수품을 생산하는 전시경제 체제를 가동한 결과로 분석된다.

케네디스쿨은 우크라이나 영토 손실 규모가 현재까지 약 6만500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한때 14만㎢까지 빼앗겼다가 7만5000㎢를 수복했다. 케네디스쿨은 “우크라이나가 빼앗긴 땅은 전체 국토의 11%에 달한다”며 “이는 미국 매사추세츠·뉴햄프셔·코네티컷주를 합친 것과 맞먹는 면적”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인명 피해 규모는 국가·기관별로 크게 엇갈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모두 자국군 병력 손실 규모를 기밀로 다루면서 상대방 전사자를 30만명 안팎으로 발표하고 있다. 케네디스쿨은 사망·실종자, 전장에 복귀할 수 없는 중상자를 포함한 전체 병력 손실 규모가 러시아군 20만명, 우크라이나군 13만명인 것으로 추산했다. 민간인 사망자 수는 우크라이나가 1만378명으로, 러시아(131명)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는 당장 전쟁을 끝내고 국가 재건을 시작해도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유엔 스위스 제네바 사무소는 지난 16일 우크라이나 정부, 유럽연합(EU), 세계은행과의 공동조사에서 향후 10년간 재건에 필요한 금액을 4860억 달러(약 650조원)로 추산했다. 우크라이나 GDP 3년치에 달하는 돈을 투입해야 나라를 전쟁 전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GDP는 국제통화기금(IMF) 집계로 1734억 달러였다.

우크라이나의 기반시설도 심각하게 붕괴됐다. 케네디스쿨은 “우크라이나 전체 전력수요 56기가와트 중 40%인 22.5기가와트를 책임지는 시설이 파괴됐거나 러시아군에 점유됐다”고 분석했다.

전쟁이 기약도 없이 길어져 피로감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터져 세계의 시선이 분산됐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국의 지원도 주춤해졌다. 특히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은 전쟁 초반보다 차갑다. 지난해 6월 승리를 자신했던 ‘대반격’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 가장 뼈아팠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돈바스를 탈환하겠다”며 미국·유럽의 신형 무기를 대대적으로 공수해 반격에 나섰지만 러시아의 막강한 방어력에 가로막혔다.


이후 전황의 주도권은 러시아로 넘어갔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29일 미사일 122기와 무인기(드론) 36대를 우크라이나 전역에 퍼붓는 최대 규모의 공습을 단행했고, 지난 17일에는 최대 격전지인 도네츠크 인근 아우디이우카를 점령했다. 러시아는 북한과 밀착하며 무기를 공급받고 있다.

전쟁의 향방과 관련해 최대 변수로 꼽히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의 현재 판세도 우크라이나에 우호적이지 않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즉각 끊겠다고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토 경시 발언 등으로 서방 동맹에도 균열을 내고 있다.

우크라이나 내부 상황 역시 녹록지 않다. 우크라이나군을 지난 2년간 이끌어 ‘전쟁 영웅’으로 떠올랐던 발레리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수개월간 젤렌스키 대통령과 불화하다 지난 7일 전격 경질됐다. 이로 인해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도력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개전 후 80% 안팎으로 끌어올린 지지율을 지난 2년간 유지했다. 다음 달 15~17일 대선에서 압도적 득표로 5선 성공이 유력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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