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순한 먼지들의 책방

[시가 있는 휴일] 순한 먼지들의 책방

입력 2024-02-23 00:40

여기저기 떠다니던 후배가 책방을 열었어.
가지 못한 나는 먼지를 보냈지.
먼지는 가서 거기 오래 묵을 거야.

머물면서 사람들 남기고 가는 숨결과 손때와 놀람과 같은 것들 섞어서 책장에 쌓고는, 돈이나 설움이나 차별이나 이런 것들은 걷어내겠지. 대신에, 너와 내가 사람답게 살기 위하여, 지구와 함께 오늘 여기를 느끼면서, 나누는 세상 모든 것과의 대화는 얼마나 좋아, 이런 속엣말들 끌어모아 바닥이든 모서리든 책으로 펼쳐놓겠지.

그려보기만 해도 뿌듯하잖아.
지상 어디에도 없을,
순한 먼지들의 책방.

(혹시라도 기역아 먼지라니, 곧 망하라는 뜻이냐고 언짢을 것도 같아 살짝 귀띔하는데, 우리가 먼지의 기세를 몰라서 그래. 우주도 본래 먼지로부터 팽창하고 있다고 하지 않던.)

-정우영 시집 ‘순한 먼지들의 책방’ 중

책방에 대한 시라면 앞으로 이 작품이 떠오를 것 같다. ‘순한 먼지들의 책방’은 책방을 연다면 이름으로 쓰고 싶을 만큼 인상적인 이미지를 품고 있다. 먼지 쌓인 책방이 얼마나 소중한 공간인지, 먼지처럼 작은 책이 얼마나 큰 가능성을 품고 있는지 얘기해준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