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산업의 판이 바뀐다… 한국은 대비하고 있나

[사설] 반도체 산업의 판이 바뀐다… 한국은 대비하고 있나

인텔 “6년 내 삼성전자 잡겠다”
일본, 공장 건설 무서운 속도전
한국 위기의식 없으면 낙오될 수도

입력 2024-02-26 04:03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공습이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파운드리(위탁생산) 세계 1위 대만의 TSMC도 인공지능(AI) 반도체 수급에 막강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어 한국의 대응책이 시급하다. 미 반도체 기업 인텔은 최근 포럼에서 올해 말부터 1.8나노미터(㎚) 공정 양산에 들어가고 6년 내 파운드리 시장에서 2위인 삼성전자를 제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인텔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대로 세계 9위다. TSMC와 삼성전자가 내년에 1.8나노보다 덜 정교한 2나노 양산을 계획 중이다. 인텔의 야심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믿는 구석은 반도체 패권을 거머쥐려는 미국의 원팀 정신이다. 미 정부는 인텔에 100억 달러(약 13조원)의 보조금 지급을 고려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등 업계도 인텔 지원 사격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행보도 놀랍다. TSMC의 구마모토 공장이 지난 24일 준공됐다. 당초 착공에서 준공까지 5년이 예상됐는데 22개월 만에 끝냈다. 정부·지자체·업계가 똘똘 뭉쳐 1년 365일 24시간 공정을 가동한 결과다. 매사 신중히 일을 처리하는 일본 특성을 고려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그만큼 반도체 부흥을 위한 일본 정부의 자세는 남다르다. 일본은 TSMC 유치를 위해 약 11조원을 지원하기로 했고 50년 만에 그린벨트도 해제했다.

한국 현실은 어떤가. 보조금은 없고 세제 혜택도 경쟁국에 크게 못미친다.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용지 선정 후에도 민원, 토지보상 문제 등으로 5년째 공장을 짓지 못하고 있다. 남들은 경제 안보 차원에서 반도체 시장 선점에 사활을 거는데 한국은 내부 이견, 정부와 정치권의 갈등 조정 미비로 세월을 보내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현실은 시장에 냉정히 반영되고 있다. 대규모 반도체 투자와 실적 호조로 미·일·대만 등 주요국 지수는 최근 사상 최고가를 찍었지만 코스피는 연초 대비 보합세에 머물렀다. 반도체 업계 1위 삼성전자는 올들어 주가가 8%가량 떨어졌다. 지금의 반도체 경쟁은 일종의 국가 대항전이다. 민관정이 하나가 안 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얘기다. 정부는 과감한 규제 개혁과 각종 지원에 나서고 기업은 초격차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찰나의 방심은 치명적 낙오로 이어짐을 잊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