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시장경제의 가장 큰 장점

[경제시평] 시장경제의 가장 큰 장점

조성봉(숭실대 교수·경제학과)

입력 2024-02-27 04:02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바로 개인의 삶이 얼마나 공동체의 이해와 조화되느냐의 문제다. 본질적으로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개인이 잘되는 것이 공동체에도 좋다. 개인이 열심히 일해 돈 많이 벌고, 가족 잘 먹여 살리고, 교육하고, 또 세금도 낸다. 당연히 나라도 좋다. 국가 재정이 튼튼해지고 사회간접자본(SOC)을 건설하고 공무원 월급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회주의에서는 이러한 이해의 조화가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공동체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은 좋지만 자신이나 가족의 이해를 앞세우는 것은 공동체 이해와 상반된다. 이 때문에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구성원이 감시를 피해 자신의 이해를 몰래 추구할 수밖에 없다. 정신과 의사 민성길씨는 탈북민의 정신적 상태에 대해 연구한 논문에서 북한은 개인보다 집단의 관점, 필요 및 목표를 더 강조하고 집단 구성원과의 협력과 조화를 강조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북한도 사람 사는 사회여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몰래 자신을 위한 경제활동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결과 북한 주민들은 철저히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청소년들은 자신의 장래를 위해 부모가 당 간부나 유력자에게 뇌물 주는 것을 기대한다. 그 결과 사회주의적 사상성, 국가사회에 대한 공헌을 강조하는 청소년기의 순수한 품성은 퇴색되고 도덕적 이중성이 커지게 된다.

시장경제에서는 법에 어긋나거나 사회적 통념에 반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신을 위해 일하는 것에 대해 누구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우리가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정육점 주인과 빵집 주인의 특별한 보살핌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고 역설한다. 정육점 주인과 빵집 주인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즉 각자가 이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그 결과 모든 사람이 이득을 보게 되는 것이 시장원리라는 것이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발간한 1776년에 발생한 또 다른 역사적 사건은 미국의 독립혁명이다. 미국의 독립혁명은 중산층으로 성장한 식민지의 시민계급이 본국에 저항해 왕정이 아닌 공화국을 세우게 됐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두 사건이 같은 해에 발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시민계급의 성장에 따라 발달하기 시작한 시장경제의 작동 원리를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을 통해 설명했고 본국에 대항해 독립혁명을 일으킨 주도 세력도 바로 미국에서 형성된 시민계급이었다.

고대사회는 개인이라는 구성원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은 잔인한 공동체 중심의 사회였다. 가부장 중심의 가족과 씨족 단위로 구성된 사회였기 때문이다.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 중국 그리고 우리 삼국시대는 씨족의 대표인 귀족이나 허울 좋은 시민 외에는 노예처럼 비극적인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비참한 사회였다.

근대사회가 말하는 자유와 평등은 바로 사회의 기본 단위가 개인이라는 의식에서 출발한다. 이런 의미에서 근대적 의미의 시민의 등장은 개인에서 출발한다. 즉 개인과 공동체의 건강한 균형과 조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근대적 시민사회는 공동체라는 명목으로 개인을 무참하게 희생시켰던 고대의 잔혹성을 종교개혁을 통해 살아난 개인으로 종식시켰다. 사회주의나 전체주의가 추구하는 공동체의 이해는 폭력적이다. 개인과 공동체의 이해와 상충하지 않고 조화되는 시장경제에서 개인과 공동체의 건강한 균형이 나타난다. 시장경제의 가장 큰 장점이다.

조성봉(숭실대 교수·경제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