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 밸류업 대책이 소문난 잔치로 끝나지 않으려면

[사설] 기업 밸류업 대책이 소문난 잔치로 끝나지 않으려면

입력 2024-02-27 04:01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26일 발표했다. 상장기업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매년 1회 공시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기업 참여를 유도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게 골자다. 아울러 관련 지수 및 상장지수펀드(ETF)를 연내 출시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그러나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의지가 재차 표명됐다는 점 말고는 이날 대책에 높은 점수를 주기가 힘들다.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수익비율(ROE) 등 주요 지표 공시를 기업 자율에 맡기는 건 정책 실효성을 담보하기 힘들 것이다. 준비된 기업부터 자율적으로 참여토록 하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불이익을 주지 않을 계획이라는데 이런 ‘아니면 말고 식’의 정책은 정부 스스로 정책 신뢰를 무너뜨리려는 행태나 다름없다. 공시 참여 시 법인세 등의 혜택에 대해서도 관계부처에서 근거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표시하고 있다고 한다.

주주 이익 보호 상법 개정 등도 언급이 없는 데 대해 정부는 이를 명문화하면 배임 문제가 부각된다는 이유를 달았지만, 기업의 경영권 침해를 지나치게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재벌의 입김이 막강한 한국 기업 풍토에서 그들의 권한을 좌지우지하는 지배구조를 건드리려면 공시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제도화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연초에 단기 급등했던 저PBR 테마주들이 이날 일제히 하락하는 등 증시 투자자들이 실망감을 표출하는 건 정부가 기업 밸류업을 만병통치약처럼 치켜세우며 기대감을 키운 데 있다. 일본 증시가 3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밸류업 대책이 효력을 발휘한 건 10년 전부터 지속적 성장을 위한 경쟁력과 인센티브 프로젝트로 요약되는 이른바 ‘이토 보고서’를 토대로 정부와 학계, 기업의 꾸준한 토론과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초에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발언을 한 지 2개월도 안 된 점을 고려하면 기업 가치 제고와 증시 선진화를 위해 이제 첫발을 뗀 것으로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본 흉내 내기가 아닌 진정한 벤치마킹을 위해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가치 창출을 위한 혁신 대책 제시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이날 대책을 발표한 1차 세미나에서처럼 한국거래소나 자본시장연구원 등 참석 주체를 관변 기관에 한정하지 말고 밸류업 논의의 장을 확대해야 한다.